'14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수상작 '난 내 몸을 만져요'

  • ['14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수상작 '난 내 몸을 만져요']

    1990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록 그룹 디바이닐즈(Divinyls)는 '난 내 몸을 만져요(I Touch Myself)'라는 노래를 통해 여성의 자위행위를 묘사했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1990년 당시 디바이닐즈 멤버 나이대의 젊은 여자들이 아니다. 
    아름답긴 해도 중년의 여성들이 차례로 모습을 보이며 선정적인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 이들의 다소 슬픈 표정과 어깨를 드러낸 자태가 너무 아름답고 이윽고 마지막 여성이 노래를 마칠 때면  유난히 아름다운 마지막 여성의 모습이 줌아웃되면서 유방암 수술로 망가진 그녀의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현대여성들에게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섭생이나 유전적 요인, 비만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유방암 발생 확률을 높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원인은 바로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중년여성들이 나신으로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몸을 만져보려는 데는 부지런함 못지않게 용감함이 필요하지만 늘어지고 흩어지기 시작한 자신의 몸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직시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몸을 만지려 하기 꺼려한다
      
    하지만 유방암 자가검진은 가장 여성적인 신체의 일부를 스스로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나르시시즘이나 자위행위와 유사하다. 그 자위행위가 내 생명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데 몸이 늙어서 흉해졌다는 이유로 회피하거나 증오할 순 없다.

    디바이닐즈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크리스티나 앰플렛(Christian Amphlet)은 2013년 다름 아닌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중년여성들이 노랫말 그대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사랑해야 할 이유를 확실히 알려주고 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