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필름 부문 금상 수상

  • 두 젊은이가 판타지 세계의 갑옷을 입고 마주 보고 있다.

    한 사람은 커다란 도끼를, 또 한 사람은 묵직해 보이는 장검을 들었다.

    도끼를 휘두르며 첫 번째 젊은이가 노래한다. "진짜 완벽한 날"

    두 번째 젊은이는 장검을 상대방에게 내다꽂으며 화답한다. "우린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지."

    두 전사가 부르는 노래는 7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였던 루 리드(Lou Reed)의 '완벽한 날(Perfect Day)'.

    이들의 기이한 중창은 시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계속된다. 

    상대방의 칼에 찔리는 순간에도, 거친 레이스에서 몸싸움에 밀린 차가 전복되는 순간에도, 로봇 전투기가 공습을 퍼붓는 시가전에서 서로에게 기관총을 겨누는 순간에도 두 젊은이는 '너와 함께 이 완벽한 날을 보내서 좋다'며, '네 덕에 나는 버틸 수 있다'며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21세기 젊은이들은 이 광고 영상 속 두 젊은이들이 정말로 '완벽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안다.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들고 근처 공터로 달려가는 것보단 게임기를 손에 쥐고 스카이림(Skyrim), 니드포스피드(Need for Speed), 킬존(Kill Zone)에서 친구를 만나 서로 죽이고 죽는 게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20대 전후의 남성들에게 전쟁이나 사냥 같은 폭력은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남성호르몬이 최고로 분출되는 한창 때 남성에게도 폭력이나 성적방종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억압' 속에 살던 젊은이가 게임기 속에서나마 실컷 폭력을 휘두르다 친구의 칼에 죽는다면, 바로 그 날이 그에겐 '완벽한 하루'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반전시위 시대를 회상시키는 노래가 '폭력적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광고에 삽입된 것은 그래서 더 없이 '완벽한' 선택이다.

    2014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필름 부문 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