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내분 파고드는 정동영 "야권 대표 주자 굳힐 터"
  • 한 쪽은 나날이 뭉치고 다른 쪽은 갈수록 흩어지는 모양새다.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접전을 벌이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진영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진영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세 몰아가려던 정태호, 분열에 다시금 '덜컥'

    이번 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출발부터 스텝이 꼬이는 모습을 보였었다. 김희철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 끝에 0.6%p 차로 신승했지만, 앙금을 해소하지 못한 것. 호남 출신의 전통적 야권 지지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관악을에서 친노(親盧, 친노무현) 정태호 후보는 비노(非盧) 김희철 전 의원의 비협조 속에서 반쪽도 안 남은 지역 조직을 이끌고 악전고투해 왔다.

    고전을 거듭하던 정태호 후보에게 비친 한 줄기 서광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었다. 그간 오신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이슈화에 실패했던 정태호 후보로서는 '성완종 파문'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나 다름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뜸 "부패 세력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 세를 몰아가나 했던 정태호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은 또다시 도진 내부 분열이었다. 이행자 서울시의원(관악3)이 20일 새정치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행자 시의원은 관악구의원부터 시작해 현재는 재선의 서울시의원이 된, 탄탄한 기반을 가진 지역의 대표적 야권 인사다. 부친인 이재진 씨가 현 야당 당적으로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것도 든든한 배경이다. 이 지역의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 ▲ 이행자 서울시의원이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행자 서울시의원이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탈당 이행자 "여론조작 공천에 모멸감… 정동영 지지"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행자 시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가리켜 "새정치에 새정치가 없고, 민주에는 민주가 없으며, 연합에는 포용과 배려가 없다"며 "여전히 독선이 난무하고 비인간적인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당권파 친노 세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경선에서 분패한) 김희철 전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경선 때마다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알 수 없는 공천 방식을 남용해 당원과 주민을 무시하고 헌신짝처럼 내던졌다"고 일갈했다.

    나아가 "한때 당 동료였던 지도자를 정적(政敵)으로 몰아가는 것은 인간적인 상처와 모멸감을 안겨주는 일"이라며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행자 시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탈당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문재인 대표, 양승조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음을 밝혔다. 또, 친노가 싫다는 주민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자신을 시작으로 3~4명의 탈당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연쇄적인 도미노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지난 14일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밝게 웃으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지난 14일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밝게 웃으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정태호 내분 파고드는 정동영 "야권 대표 주자 입지 굳히겠다"

    탈당 기자회견에는 새정치연합의 소남열 관악구의원과 20여 명의 당원들도 함께 했다. 이들도 이날 새정치연합 동반 탈당 의사를 밝히며 정동영 후보의 국민모임으로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난곡사거리에서 열린 이행자 시의원의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지지 유세를 지켜본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희철 (전) 의원이 친노들에게 억울하게 당했다는 동정 여론이 당원과 주민들 사이에 뿌리내리고 있는 단계"라며 "정태호 후보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을 백 번 데리고 오면 뭣하느냐"고, 정 후보의 고공전(高空戰)이 지역 밑바닥 민심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태호 후보 진영의 사분오열 속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측은 반색했다.

    정동영 후보 측 임종인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행자 시의원의 탈당과 합류를 환영하며, 그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문제 의식과 지적에 공감한다"며 "호남향우회의 지지도 얻는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 여론은 정동영 후보가 야권 대표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유리한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오신환은 김철수 포용… 야권 사분오열과 대조적

    이렇듯 '산산이 흩어지는' 정태호 후보 측과는 달리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진영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김철수 양지병원장을 완전히 끌어안는 등 하나로 굳게 뭉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파격적인 배려가 컸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18일 관악을 지원 유세에서 "우리 당의 재정위원장이자 관악을 18대 총선에서 아깝게 졌던 김철수 원장에게 20대 총선 비례대표를 주겠다"며 "이렇게 되면 관악을에는 (오신환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회의원이 2명 나오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제안은 20일 열린 새누리당 관악을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도 군중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김철수 원장은 이날 회의에 직접 참석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백의종군할 것이며, 모든 유세나 인사에 함께 할 것"이라며 "직능별 대표·간부들과 모임을 갖는 등 더 맨투맨으로 파고들어가는 선거운동이 어떠냐"고 전략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이처럼 오신환 진영은 하나로 뭉치고, 정태호 진영은 사분오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들도 한 마디씩 언급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주고 계신 김철수 총괄선대본부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새누리당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합심해준다면 관악의 승리는 믿어 의심치 않을 일"이라고 거들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야권은 깃발만 꽂으면 승리한다는 오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사분오열로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오신환 후보가 지역맞춤형 공약을 준비하고 관악주민들을 챙길 때 야권은 지역주의 경쟁 속에서 구시대적 계파논쟁을 벌이며 오직 표만을 위한 행보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