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사 생길까 행사장 나와… 안타깝고 다치는 사람 없기를"
  • ▲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물이 끼얹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손을 들어 이를 가려보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물이 끼얹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손을 들어 이를 가려보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5·18 전야제에 참석했으나 물까지 끼얹는 거센 항의를 감당하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김무성 대표는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했으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격렬한 항의에 직면했다.

    쏟아지는 욕설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행렬 앞쪽 무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으나,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마저 마이크에 대고 "지금 이 곳 금남로에 불청객이 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사회자는 "1991년 밀가루 세례를 받았던 정원식 국무총리처럼 국면을 전환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며 "일어나라,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킨 김무성은 나가라"라고 퇴장을 요구했다. "나가지 않으면 이후부터 있을 사태에는 책임질 수 없다"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한 가운데, 일부 광주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김 대표를 향해 달려들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한 가운데, 일부 광주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김 대표를 향해 달려들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사회자의 발언이 있자 김무성 대표 주위로는 항의하는 시민들이 더욱 몰려들었다. 달려드는 사람들도 잇따랐고, 일부 시민들은 물병을 김무성 대표를 향해 들이붓기도 했다. 이러한 난장판을 취재·촬영하기 위해 취재진까지 대거 몰리면서 김 대표 주변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항의와 욕설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고개를 들어 무대만 주시하던 김무성 대표는 결국 20여 분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량까지 10분 가량 걸어서 이동하는 동안에도 김무성 대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항의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여성이 "김무성 개XX야"라고 외치자, 잠시 허탈한 웃음을 보인 것이 이날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상황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대표의 행사 참여에 항의하는 일부 단체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불가피하게 행사장을 나왔다"며 "김무성 대표는 매우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했고, 혹시 다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함께 전야제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가 앉아 있던 자리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었던 관계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도 광주에서 환영받는 입장은 아니었다.

    자신의 광주행을 둘러싼 논란에다 '호남 정치 복원'을 주장하며 당선된 천정배 의원까지 마주쳤기 때문인지, 시종 비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행진을 시작했다. 곁에 선 유승희 최고위원과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구성로에서 금남로로 접어들 무렵, 방송차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이어 '광주출정가'를 틀었다. 문재인 대표 왼편에 선 유승희 최고위원과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를 제창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팔뚝질까지 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 오른편에 선 박주선 김동철 의원은 플래카드를 들고 함께 행진할 뿐 따라부르지는 않았다.

    사이에 선 문재인 대표는 다소 어중간한 태도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를 때에는 비장한 표정을 유지한 채 간간히 가사 일부를 따라부르는 입모양새였지만, '광주출정가' 대목에서는 입을 꾹 다문 채 박자에 맞춰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5·18 전야 민주대행진을 하기 위해 광주공원에서 기다리는 사이 늦게 도착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마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을 뿐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5·18 전야 민주대행진을 하기 위해 광주공원에서 기다리는 사이 늦게 도착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마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을 뿐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문재인 대표의 신중하면서도 애매한 처신은 행진 내내 계속됐다.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노래하라'라는 구호는 팔뚝질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따라 외쳤지만,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부정선거 불법대선자금 박근혜정권 퇴진하라"라고 외치자, 표정을 굳히고 입을 다물었다.

    각각 '좌클릭'과 '우클릭'을 요구하는 호남 민심의 한가운데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문재인 대표의 위치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날 행진이 멈출 때마다 문재인 대표는 일부 극성스런 광주시민들의 '돌격 목표'가 되곤 했다.

    5·18을 상징하는 음식인 주먹밥이 배식될 때 표정이 환해지며 주위 시민들에게 왼손을 들어 답례한 것도 잠시, 이내 "호남을 더 이상 팔아먹지 말라" "호남을 무슨 봉으로 아느냐"며 달려드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에게로의 접근이 저지된 뒤에도 씩씩거리며 "(강)기정이가 옆에 서 있는데, 나중에 만나야 쓰것구마 그 인간을"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러가라 새누리당 2중대"라며 '좌클릭'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 일행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쪽으로 달려들다 저지당하자 극도로 흥분해서 "느그들이 뭐여"라고 언성을 높였다. 서로 "아저씨는 뭐냐"라며 '아저씨' 소리가 오고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문재인 대표의 표정은 극도로 착잡해 보였다.

    이렇다보니 문재인 대표 일행을 바라보는 시민들 사이에서 서로 간에 언성을 높이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일부 연출됐다. "문재인은 5·18 영령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고 사퇴하라"라고 누군가가 외치자, 그 옆에 서 있던 다른 시민은 "사퇴하지 마라"라고 곧바로 맞받았다. "문재인은 각성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시끄럽다"라고 언성을 높이는 다른 시민도 있었다.

    상황이 어수선하다보니 금남로에 마련된 무대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의 2~3층에 있는 '망고식스'에는 통유리창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늘어서 아수라장을 내려다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