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걸작 '페리클래스'서 1인2역으로 무대 복귀남자의 사랑·야망·모험 등 셰익스피어 '언어의 맛'과 녹아나스마트 시대, 장인정신 길러야 성공···"상업 장르와 달라 필수"정치엔 아쉬움 없고 지방 곳곳에 문화공간 조성에 최선 다할것"
  • [배태랑이 만난 베테랑]"셰익스피어의 언어의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 극 중 모험의 결과도 해피엔딩으로 끝나 요즘 시대에 미소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 유인촌(64)이 주류 연극계에 복귀한다. 내달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하는 연극 '페리클레스'를 통해서다. 본격적인 작품으로는 어언 10년 만에 무대에 선다는 그를 예술의전당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 ◇셰익스피어 걸작 '페리클래스'서 1인2역 소화 
      경력·삶의 연륜 묻어나···"연극 무대 복귀
     첫 작품 기대 커"

    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주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로맨스극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가 만년에 쓴 '4대 로맨스'극 중 하나다. 로미오와 줄리엣·리처드 3세·햄릿 등과 함께 셰익스피어 시대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로 불리운다. 

    지난 2011년 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그만둔 이후 파우스트·홀스또메르에 출연하긴 했지만 자신이 이끄는 극단이 아닌 외부 단체와 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 중 그는 페리클레스에게 사건과 운명을 설명하는 해설자 '가우어' 역과 '늙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아 1인2역을 소화한다. 그는 "정식으로 이렇게 큰 공연을 한 적은 없다"며 "본격적인 첫작품이 되는 셈인데 좋은 무대인 만큼 기대가 크다"고 감회를 전했다.

    사실 그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이번 작품 연출을 맡은 양정웅(48)씨의 연극 제안에 고민을 했었다.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극단 같은 무대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그는 "대도시와 떨어진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 혜택이 덜 가는 지역에서 공연을 해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있었다"며 "그런 찰나에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연극을 하게 돼 2주 정도 망설였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많은 헴릿으로 인연을 맺어온 그였기에, 맡은 역할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연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을 것. 또 그가 강조한 "남자의 사랑·야망·모험 등이 셰익스피어의 언어의 맛과 충분히 녹아났다"는 점도 페리클레스에 대한 특별한 신뢰감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짐작해본다.

    데뷔 후 40여 년의 내공을 쌓은 연기계의 숨은 고수인 만큼 경력과 삶의 연륜이 묻어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남다른 각오가 궁금해 묻자 그는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공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부분은 배우와 관객 간의 약속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무대라는 건 항상 '현장 예술'이기때문에 연극을 하기 위해 지켜져야할 요소들이 많다.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관객은 모두 우리를 처음 접한다. 때문에 늘 처음 연기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물론 습득에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스마트 시대, 장인정신 길러야 성공···"상업 장르와 달라 필수"
      "정치엔 아쉬움 없어"

  • 연기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진 배우 유인촌의 눈빛은 아직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매번 어떤 캐릭터든 살아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만큼 쌓아온 연기 경력이 자신의 연기를 완성해나갔을 것. 그는 이를 후배 배우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는 "우리 시대 땐 지금 보다 정보가 부족해서 선배들한테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장인정신'을 길러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접할 수 있는 정보도, 열려 있는 창구도 많아졌는지 젊은 후배들이 '이게 나의 천직이다', 혹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삶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의 열의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장인정신으로 임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유인촌 역시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TV·영화와 달리 연극 만큼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이미 상업적인 장르들은 인기·명예 등을 얻는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만 연극은 기본적으로 그런 보상이 안 된다"며 "무대위에서 추구하는 연기는 전적으로 자기 완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장인정신이 결여되면 버티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 재주가 덜 하고 느리게 발전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찾는 일에 집중하며 끝까지 장인정신을 찾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기에 연극을 더욱 응원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인가 보다. 

    그는 "작품이 하나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돈과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동원이 된다. 극장이란 작은 공간에는 상당한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사실 표로는 이를 충당할 수가 없다. 하지만 관객들이 많이 와서 연극에 동참을 하면 그 만큼 좋은 연극이 탄생되는 법. 때문에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매우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 총 21명이 출연하는데, 연극 기준으로 20명이 넘는 배우가 나온다는 건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살아서 꿈틀될 정도로 역동적이라 더욱 볼 만하다"고 기대감도 높였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어쩌면 그 목표야말로 그의 진정한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꿈이었으리라. 그는 "애초에 생각했던 계획대로 험한 곳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서울 중심보다는 외곽 지역에서 문화공간을 실현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바랐다. 

    끝으로 시종일관 연극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만 털어놓는 그에게 혹시 정치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 간 순수예술부문에 대한 배려나 혜택·지원 등을 좀 더 향상시켜놓지 못한 아쉬움이 클 뿐, 정치엔 아쉬움이 전혀 없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무대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그 동네에 머물러 있었겠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