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기득권 타파… 희생 전제돼야" 또 '호남 물갈이' 예고
  • 친노·운동권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날을 세우는 것으로 출범을 알렸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이른바 '당권재민(党権在民)' 혁신위원회는 12일 오전 11시, 위원장 포함 11명의 혁신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첫 전체회의를 시작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인선된 혁신위원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친노·운동권으로 이뤄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첫 전체회의를 위해 모인 혁신위원들도 이같은 비판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자성하는 대신 되레 성을 내고 따져묻는 태도를 취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부터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혁신위원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혁신위원들은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세간의 평가에 개의치 않겠다는 '마이 웨이' 선언으로 읽힌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사진 맨 오른쪽)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벽에 내걸린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사진 맨 오른쪽)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벽에 내걸린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1명의 혁신위원들이 함께 서명하고 기립한 가운데 낭독된 실천선언에도 "혁신위원들은 어떤 외부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임미애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혁신위에 참여한 이후 '486이다, 운동권이다, 친노다, 친문이다'라는 말들을 접했다"며 "'네가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라면 그러한 시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북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대한 애정, 새정치연합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왔던 내게 주민들이 한 번도 자격을 따져물었던 적이 없다"며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형편없이 살아오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나아가 "내 자격을 묻는 것은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에 애정 있는 국민들에게 자격을 묻는 것"이라며 "조용하게 혁신의 길을 응원하고 지지하라"고 쏘아붙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이 12일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친노니 운동권이니 하며 혁신위원들의 자격을 따져묻지 말고 조용히 혁신을 응원하고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이 12일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친노니 운동권이니 하며 혁신위원들의 자격을 따져묻지 말고 조용히 혁신을 응원하고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혁신위에 포함됐지만, 친노 성향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역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정채웅 위원도 미리부터 '셔터 내리기'에 들어갔다.

    정채웅 위원은 "호남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놔두겠느냐"며 "흠집을 내고 좌절시키려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호남 민심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이거다, 저거다 라고 이야기들을 한다"며 "지역 분할구도 하에서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수권 가능한 정당을 만들어달라는 게 호남 지역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희생과 헌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희생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친노 세력들이 기회만 있으면 '구태 기득권'이라고 매도하는 이른바 '호남 중진 의원'들을 '기득권 타파'를 명분 삼아 희생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혁신위에 포함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채웅 혁신위원이 12일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호남 기득권의 타파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희생과 헌신이 전제된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혁신위에 포함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채웅 혁신위원이 12일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호남 기득권의 타파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희생과 헌신이 전제된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태욱 위원도 "호남 등 우세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가 강해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며 "지역주의에 기댈 뿐이고 약자의 정치적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호남 기득권 등 문제많은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스스로의 기득권을 버려서 보다 자유로운 정치 시장을 형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원외지역위원장 몫으로 혁신위에 입성한 최인호 위원은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대중정치인이기 때문인지, 친노·운동권 일색이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인호 위원은 "나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혁신의 대책을 찾겠다"며 "그 가까운 사람들이 소위 친노라면 그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일반 사람들과 당의 외부에서 이야기하는 친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서운한 말을 들을 수 있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국·우원식·최태욱 혁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12일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밑에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국·우원식·최태욱 혁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12일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밑에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때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됐지만 혁신위원의 자격으로 나타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읽는 등 철저히 준비된 태도를 취했다.

    여러 혁신위원 중에서도 자신에게 여론의 집중이 있는 점을 감안해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교수는 "평생 처음으로 특정 정당의 직함을 갖고 이 자리에 앉았다"며 "130명의 의원들과 당원의 헌신에 깊은 감사 인사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권재민 혁신위는 멋진 보고서를 만드는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며 "혁신에 실패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계속된 민생의 파탄과 민주주의의 후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은 당원의 것이자 국민의 것"이라며 "놓아야 얻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원칙론으로 준비된 모두발언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