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함정'에서 충격 노출신 소화.. "엄마가 볼까 겁나요"

  • 시나리오 상에는 너무너무 괜찮고 매력적인 배우였으니까 노출을 해도 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막상 기술 시사 때 평소 제가 아닌 모습을 보게 되니까 그냥 멍해졌어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 펑펑 울었어요.


    영화 '함정'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노출신에 도전한 배우 지안은 "처음엔 노출 신을 크게 염려하지 않았는데 막상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벗은 몸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함정'은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난 젊은 부부(조한선·김민경)가 식당 주인(마동석)의 '덫'에 걸려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는 잔혹 스릴러 영화. 극중 지안은 마동석에게 붙들려 함께 살고 있는 '민희' 역을 맡았다.

    말을 못하는 민희는 '악의 화신' 마동석을 옆에서 돕는 정체불명의 여인. 한없이 약자인 인물로 그려지나, 나중엔 손님으로 찾아온 조한선을 유혹하는 팜므파탈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안이 조한선과 7분 가량 벌이는 베드신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지안의 치명적인 유혹에 말려들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조한선은 이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시놉시스상 가장 중요한 신이었던 만큼 감독과 배우들 모두, 이 베드신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 하지만 노출의 수위가 문제였다. '함정'에 등장하는 4명의 남녀 배우는 전라에 가까운 상태로 연기를 펼쳤다. 당연히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기술 시사'를 마친 지안은 자신의 낯설은 모습에 "그냥 눈물이 흘렀다"고 고백했다.

    정말로 민희에게 빠져서 연기를 했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막상 제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 너무 싫게 느껴졌어요. 다행히 친언니가 "네가 자랑스럽다"며 "우리 가족은 언제나 네 편"이라는 위로를 해줘 힘을 낼 수 있었죠.


    2003년 미스 춘향 1위에 선발되면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지안은 2009년 학교 캠퍼스 안에서 충격적인 '납치 미수 사건'을 당한 뒤로 한동안 연기를 잊고 지냈다.

    친언니를 도와 '웨딩슈즈' 사업을 하던 지안은 "재능을 썩히지 말라"는 은사의 조언을 듣고, 영화 '함정' 오디션에 도전해 당당히 주연을 거머쥐었다.

    극중 대사 한 마디 없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펼쳐낸 지안은 배우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함정'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됐다는 지안. 밀려드는 출연 제의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지안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다음은 지안과의 일문일답.



  • 영화 '함정'으로 돌아온 연기파 배우 지안
    "실제로 함정에 빠진 적 있다" 충격고백


    - 먼저 독자 분들께 자기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2013 미스 춘향 출신 배우 임유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영화 '함정'에 김민경씨와 함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열연을 펼치셨는데요. 상대적으로 낯이 익은 마동석, 조한선 등에 비해 낯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죠. 드라마 '2009 외인구단'에서 영순이 역할로 출연을 했었는데 그때에는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좀 계셨었죠. (웃음) 한참 활동을 하다가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완전히 접고 '웨딩슈즈'라는 사업을 언니와 함께 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관객 분들도 대부분 제가 누군지 모르고 계셨을 거예요.

    - 알고보니 사장님이시군요.

    ▲하하. 언니가 대표이고, 저는 이사를 맡고 있어요.

    - 혹시 배우 분들 중에도 고객이 있나요?

    ▲고객이라기보다는, 배우 분들이 레드카펫 행사를 하실 때 저희 제품을 많이 신어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런데 유명한 분들이 신어 주시니, 정말로 많이 팔리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박신혜씨와 클라라씨, 그리고 진세연씨가 신었던 게 많이 팔린 것 같아요.
     
    - 실례지만 한달 매출이?

    ▲억대..(웃음)



  • 연기 생활 접고 '웨딩슈즈' 사업 몰두

    한달 억대 매출.. 박신혜, 클라라, 진세연 신어 '대박'


    - 그렇다면 연기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다시 연기자로 돌아오신 셈인데요. 배경을 좀 여쭤봐도 될까요?

    ▲한동안 '웨딩슈즈' 일을 하면서도 속으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죠. 그러다 지난해 8월 교회에서 여름 캠프를 갔는데 다함께 기도를 하는 시간에 하나님께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됐어요. 어찌나 간절히 기도를 했던지,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될 정도였죠. 사실 인간적으로 볼 때엔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죠. 너무 연기를 오래 쉬었잖아요?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서울예대 교수님께서 대뜸 전화를 걸어와 "미스 춘향, 뭐하고 지내?" 이렇게 물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 도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왜 너의 재능을 살리지 않고, 숨기면서 사느냐"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오디션 보러가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군말 않고 따라갔죠. 그게 바로 영화 '함정' 오디션이었는데요. 그때에는 무슨 영화인지도 잘 몰랐죠. 대본도 보질 않았고요.

    오디션 현장에 갔더니 영화 '라디오 스타'의 김양 역할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앞에 감독님과 조감독님, 연출 선생님들이 쭉 앉아 계셨는데요. 무작정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를 했어요. 그 순간 김양 역할에 완전히 빠졌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말을 하는 신이었는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연기를 마치자,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읽어봤느냐"고 묻길래, "비밀리에 진행하신다는 말만 듣고 읽어보지도 않고 왔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나가는 즉시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집으로 가는 도중 시나리오가 메일로 도착했어요. 그때 운전 중이었는데 너무 궁금한 나머지 신호가 걸릴 때마다 대본을 살짝 살짝 보면서 집으로 왔어요.

    사실 연기를 쉬는 동안에도 영화 출연 제안을 가끔 받았는데요. 대부분 노출 신이 있는 쪽으로만 들어왔어요. 그래서 노출은 안하겠다고 계속 거절을 해왔던 상태였죠. '함정' 시나리오를 봤더니, 민희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노출 신이 있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2차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놀랐던 건,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극장을 통째로 빌리셨더라고요. 저를 포함해 딱 3분만 2차 오디션에 합격했더라고요. 1시간 동안 제가 뭘하고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연기에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3차는 제작사 미팅이었어요.

    - 합격하셨군요.

    ▲그렇죠. 마지막 3차 미팅에서 한 제작 관계자 분이 제가 너무 무명이라 주인공을 맡기기엔 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신인이어도 괜찮다"며 강력하게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 2차 오디션 때에는 무슨 연기를 하셨나요?

    ▲사전에 어떤 그림을 이메일로 보내주셨는데요. 그림을 보고 거기에 민희라는 인물을 입혀서 마음껏 표현해 보라는 주문이었어요. 영화 '함정'을 보면 마지막에 민희가 오열하는 신이 있는데 그 장면을 연기했던 거죠.



  • 교회 수련회서 "한 번만 더 기회를.." 눈물로 기도

    한달 뒤 "오디션 보러가자" 교수님 제안에 '연기 재기'


    - 이름이 아주 독특한데요. 예명이시죠? 이미 임유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삶을 전환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거든요. 무명 배우였지만 그래도 몇몇 분들은 저를 알아 보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아예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한 거죠.

    - 누가 지어 주셨나요?

    ▲가족들과 함께 예명을 지었어요. 평소 아버지가 지혜로운 여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지혜로울 지(智)에 눈 안(眼), 지혜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지안'이라고 짓게 됐어요.

    - 그 이름처럼 이번 영화를 잘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네. 이름따라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조연으로 참여할 때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아주 다르겠죠?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어떤 점이 새롭고 또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연은 상대적으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고, 뒷받침하는 요소가 강하잖아요? 반면에 전면에 나서는 주연은 어느 정도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케이스죠. 저로 인해 영화가 망쳐서도 안되고, 방해가 되면 더더욱 곤란해지잖아요? 그래서 크랭크 인에 앞서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베드신을 위해 한달 반 동안 닭가슴 살과 쉐이크만 먹고 지냈어요. 밥은 아예 손도 안댔어요. 또 제가 맡은 민희가 말을 못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백화점 같은 데 가도 진짜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옷을 사고 행동을 했어요. 주유소에 갈 때에도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을 했고요.

    - 왜 그러신 거죠?

    ▲몰입하고 싶었어요. 민희라는 인물을 맡은 이상, 일상에서도 말을 안해봐야 촬영할 때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정말로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을 하니까 좋았던 점도 있고, 반대로 싫었던 점도 있었어요.

    제가 말을 안하니까 사람들이 동정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게 다 보이는 거예요. 말만 못할 뿐이지 저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함정'을 보면, 동석 선배가 저를 가리키며 "이거, 말 못해"라고 말하는 신이 있어요. 그때 조한선씨가 저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있죠. 그때 제가 했던 시선 처리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였어요.

    좀 심했던 게, 저는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도 거절 버튼을 누르고 '문자로 얘기하자'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영화 촬영을 할 때에는 매니저도 부르지 않았어요. 매니저와 함께 일을 하면 중간중간 계속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전 민희로 지낼 동안에는 아무하고도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과 얘기를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대기 시간 만큼은 철저히 혼자 있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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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크랭크 인' 전부터 민희로 살아오신 거군요. 정말 매소드 연기를 펼치셨네요. 혹시 지금도 민희라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니겠죠?

    ▲그렇진 않아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 이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죠. 처음에는 정말 말못하는 사람처럼 말수를 확 줄였다가, 지금은 평소 저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원래 화기애애하고 활발한 성격이거든요. 별명은 '뇌맑녀'예요. 뇌가 아주 맑다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죠. 하하.

    - 극중 노출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적잖이 놀랐습니다. 수위가 이만저만 높은 게 아니었는데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대단한 베드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면에 이런 장면을 찍기까지 마음 고생이 아주 컸겠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음..배우가 노출을 한다는 건, 그 작품을 믿거나 감독님을 믿거나 둘 중의 하나거든요. 권형진 감독님의 전작들을 봤는데, 감독님께서 베드신을 아주 아름답게 찍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정말로 믿어 의심치 않았죠. 제가 평소의 '지안'이었다면 절대로 못했을 행동들을 영화에선 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신도 그냥 이뤄진 게 아니거든요. 감독님이 한 장면 한 장면 직접 지시를 하시고, 사전에 다 합을 맞춘 채로 촬영을 했어요. 디테일한 부분은 문자로도 자주 교신을 했어요. 누가 보면 굉장히 이상한 내용들이 오갔어요. 사정상 남들이 오해할만한 그런 내용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죠. (웃음). 한선씨도 합을 잘 맞추기 위해 감독님과 카톡을 자주 주고 받으셨다고 해요.

    그렇게 베드신이 시작됐죠. 처음엔 두려웠어요. 많이 떨리고, 베드신을 한 번도 안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죠. 그래서 주변의 유부녀 언니들에게 물어보고 선배들이나 동기들, 노출신을 했던 친구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다행히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 덕분에 베드신이 아름답게 잘 나온 것 같아요.

    감사한 것은 감독님의 배려인데요. 촬영 당시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방도 따로 만들어 주시고,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 배우들, 분장 실장님만 남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다 밖으로 나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NG없이 롱테이크로 한 번에 촬영이 잘 끝났던 것 같아요.

    - 가족 분들도 영화를 보셨죠?

    ▲엄마가 되게 순수한 분이세요. 매일 같이 새벽기도를 가시는 분인데…. 물론 예술이고 작품이지까 이해해 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그래도 엄마가 보시면 굉장히 충격을 받으실 거 같아 시사회 때 부모님은 오시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언니들만 왔죠.

    - 언니들 반응은 어땠나요?

    ▲애당초 시나리오 상에는 너무너무 괜찮고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 노출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요. 막상 기술 시사 때 평소 제가 아닌 모습을 보게 되니까 그냥 멍해졌어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 펑펑 울었어요. 그때에는 정말 집중해서 연기를 했고, 민희에게 빠져서 연기를 했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막상 그런 제 모습을 보니 그게 너무 싫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언니에게 "지금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너무 슬프다"고 속마음을 털어놨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제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줬어요. "우리 가족은 언제나 네 편"이라고 위로를 해줬어요. "너는 그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수치심 같은 건 느끼지 말라"고 응원을 해줬죠. 그 순간 역시 우리 가족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 말대로 저는 제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죠. 제가 아니잖아요. 그때에는 민희라는 인물이 됐던 거죠. 가족들이 그렇게 봐줘서 더욱 힘이 나고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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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석 오빠, 평소엔 자상男.. 연기할 땐 막 때려"


    - 촬영장에서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요?

    ▲동석 선배예요. 슛 들어가기 전에는 너무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주도 하시거든요.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면 180도 달라지니까 정말로 무서운 거예요. 평소엔 정말로 자상하시고 세심하시고 후배들을 많이 배려해주시는 오빠인데요. 슛만 들어가면 막 때리고…. (웃음) 이건 연기가 아니다 싶었죠. 농담이고요. 저희들이 호흡이 잘 맞도록 항상 곁에서 잘 이끌어 주신 분이에요.

    - 맞는 신이 정말 리얼하더라고요.

    ▲무술 감독님께서 알려주셔서 사전에 합을 맞췄죠. 그런데 돌맹이에 부딪히거나 해서 촬영 후엔 여기저기 멍이 많이 들었어요.

    - 맡은 배역은 한없이 우울하고 비참한 역할이었지만, 실제로 촬영한 장소는 물 좋고 공기 좋은 휴양지처럼 보였는데요. 촬영 기간에 어땠나요?

    ▲제가 매니저 없이 일을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무슨 얘기만 하려고 하시면 제가 안보이더래요. 그래서 '지안이 어디갔냐'고 찾으셨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호호.

    그때 제가 뭘 했느냐면, 근처에 헬스장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틈나면 운동을 했어요. 제가 사실 운동 중독이거든요. 국제인천마라톤(하프) 대회에서 2위를 한 적도 있어요. 또 촬영장 인근에 분위기가 좋은 카페가 많았어요. 그런 곳에 들어가 강을 바라보면서 커피도 마시고 여유를 좀 즐겼죠.

    그런데 한 가지 흠은 촬영지가 깊은 산 속이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 문제였어요. 딱 2개, 푸세식과 수세식 화장실 뿐이었거든요.

    - 영화에 나왔던 그 화장실인가요?

    ▲맞아요. 푸세식은 냄새가 너무 나서 못 들어갈 정도인데요. 어느날 수세식 변기에 누가 휴지를 넣었는데 막혀서 물이 안내려가는 거예요. 어쩔수 없이 푸세식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오, 이건 도저히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래서 인근에 있는 거미 박물관 화장실을 찾게 됐죠.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늦은 시각에 산속이라 주위가 완전 깜깜했었거든요. 매니저도 없으니 혼자 벌벌 떨면서, 누가 안쫓아오나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뛰어갔던 기억이 나요. 호호.



  • "2009년 모 학교 캠퍼스 거닐 다 납치될 뻔"

    "시커먼 그림자가 덮쳐..선배들 도움으로 구사일생"


    - 돌발 질문 하나 드릴게요. 일상 생활에서, 영화 '함정'의 주인공들처럼 누군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아까 제가 연기 활동을 잠시 쉬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2009년경에 아주 큰 사건이 있었어요. 제 주위에선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사건이죠. 제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인데요. 어느 날 공연 연습을 마치고 친한 선배님 생일 파티에 가는 길이었어요. 그때가 밤 12시경이었을 거예요.

    당시 저희 학교엔 바리케이트도 없었고, CCTV 같은 것도 없었어요. 갑자기 SUV 차량이 제 뒤를 쫓아오는 거예요. 아주 천천히…. 약간 오르막길이었는데요. 그래도 저는 별 생각 없이 걸어갔죠. 그리고 선배가 있는 건물 앞으로 와서 '지금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는 찰나였어요.

    눈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보이더니, 갑자기 제 입을 막고 차안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거예요. 그때 제 주위에 있던 선배들이 막 웃었어요. 선배 생일이라고 제가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는 줄 알았던 거예요. 그런데 제가 심상치 않은 비명을 지르자 그제서야 "이거 진짠데?"하며 선배들이 모여들었어요. 남자 선배들이 유리창을 막 때리고 온 몸으로 저를 구해주셨어요.

    그때 범인도 잡았는데요. 나중에 징역형을 받았죠. 목격자에 따르면 차 안에 뚱뚱한 여자도 타고 있었다고 하는데 남자만 붙잡혔어요. 당시 안산경찰서에서 수사를 했는데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방에서 범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 있었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끌려갈 때 기억이 나면서…. 그때 이후론 밤에 잘 못 돌아다니겠더라고요.

    - 그래도 화장실은 가시네요. 어둠을 뚫고….

    ▲하하. 제가 금방 잊어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아무튼 그 때 충격으로 한 2년간 휴학을 하고 연기도 쉬게 됐어요. 그 사건 때문에 학교에 바리케이트가 생기고 CCTV도 설치가 됐다고 해요. 당시 저는 선배들의 도움으로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어요. 연극하시던 남자 선배들이었는데요.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요. 지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꼭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많이 웃고 울고…, 뭔가 힐링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힘들거나 우울할 때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스크린에 나오면, 보시는 분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연기자로 남고 싶습니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