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자녀 유학 보낸 부유한 화교가 대부분…北간부들 “중국마저 돌아설까” 우려
  • 2012년 11월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한 김정은. 김정은 집권 후 보위부는 인민군과 함께 양대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뉴시스-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2년 11월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한 김정은. 김정은 집권 후 보위부는 인민군과 함께 양대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뉴시스-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2일 ‘모란봉 악단’이 中베이징 공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급히 철수한 것을 놓고, 무성한 루머가 나도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한 당국이 화교 100여 명을 간첩죄로 체포하고,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미행하다 들켰다는 이야기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 평양과 지방 도시에서 화교들이 간첩죄로 무더기로 체포됐다”면서 “특히 최근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 악화로 북한 주재 중국대사에 대한 감시와 미행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와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양과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 화교들에 대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긴급수사’에 따른 체포작전이 벌어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감시대상에 올라있던 화교 100여 명이 보위부에 체포돼 취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NK’와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가 ‘간첩죄’를 씌워 체포한 화교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중국 현지 대학에 유학 보내고 이들과 자유롭게 통신하던, 유복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이들이 자녀와 통화하는 내용을 도청하고 우편물을 검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교들을 감시해 왔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화교 가운데 중국을 쉽게 오가기 위해 보위부의 ‘특별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번에 체포된 화교들은 ‘양다리 치기(이중간첩)’를 했거나 ‘중국 국가안전부 간첩’으로 활동한 것이 드러나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화교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장마당 등에서는 중국산 제품들의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한 “이번 화교 체포를 두고 지방 간부들 사이에서는 ‘최근 북중관계 악화와 중국의 남조선과의 빠른 관계 개선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간부들이 ‘그렇지 않다면 평양의 중국대사를 왜 미행, 감시하느냐’고 말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데일리NK’는 “이번 사건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 같다. 중국마저 돌아서면 이로울 것이 없다”는 현지 노동당 간부들의 여론도 전했다.

    ‘데일리NK’가 접촉한 소식통의 말대로라면, 바깥에서 보기와는 달리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대사에 대한 미행과 감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은 中공산당 지도부와 북한 당국 간의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앞으로 양측 관계는 상당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