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당선 직후 ‘쯔위’ 사건 언급하며 양안 관계 이야기
  • ▲ 지난 16일 투표소에 나온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대만의 첫 여성총통에 당선됐다. ⓒ캐나다 CBC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6일 투표소에 나온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대만의 첫 여성총통에 당선됐다. ⓒ캐나다 CBC 보도화면 캡쳐

    지난 16일 대만(중화민국)에서 치른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59세) 민주진보당 주석이 689만 4,744표(56.12%)를 얻어 첫 여성 총통이 됐다. 대만 10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대만(중화민국) 현지 언론들은 선거 이후 여당인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는 381만 3,365표(31.04%) 밖에 얻지 못했다며, 일찌감치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을 예고했다.

    총선에서도 민진당은 총 113의석 가운데 68석을 차지했고, 국민당은 35석을 얻어 민진당은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이룬 셈이 됐다. 

    16일 오후 8시 30분 차이잉원 후보는 민진당 선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투표는 중화민국(대만) 국민들이 정부가 주권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과거의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 잡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소감에서는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에서 활동 중인 ‘쯔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쯔위’가 한 TV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든 것을 놓고 中공산당과 친중 세력들이 이를 강력히 비난한 사건 때문이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한 대만 연예인, 그것도 16살 밖에 안 된 여성이 대만의 국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中공산당으로부터) 억압을 받았다”면서 “국민이 자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누구도 자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억압할 수는 없다”면서 “억압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양안 관계를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황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쯔위 사태는) 국가를 강하게 만들고, 외부에서도 그렇게 대우받도록 만드는 것이 차기 대만(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내게 영원히 일깨워주는 일이었다”고 밝혀, 향후 대만의 본토 정책이 상당 부분 바뀔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발언은 지금까지 ‘경제논리’에 묶여 中공산당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 온 국민당과 대만의 친중 세력들에 대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 ▲ 팬사인회에 나온 '쯔위'의 모습. 대만 출신의 16살 소녀다. ⓒ올 트와이스닷컴 유튜브 채널 방송캡쳐
    ▲ 팬사인회에 나온 '쯔위'의 모습. 대만 출신의 16살 소녀다. ⓒ올 트와이스닷컴 유튜브 채널 방송캡쳐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中공산당과 친중 세력들이 ‘쯔위’가 자국 국기를 흔들었다고 중국 활동을 금지시키고, SNS와 온라인을 통해 ‘쯔위’를 비난하고 모욕한 행태가 이번 대만 총통 선거와 총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민당은 집권 후 ‘경제 논리’를 내세워 中공산당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中공산당의 대만 투자를 허용했지만, 실제로는 대만 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국기를 들고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16살 소녀를 비난하고 강제로 사과하도록 만든 것이 대만 국민들 크게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쯔위'가 소속사 JYP의 지시에 따라 공개사과를 하기 전까지는 그의 영상, 이미지, 관련 뉴스 등이 검색되지 않도록 했고, 사과 이후에는 中공산당 관영매체가 '중국의 빛'이라고 부르며 다시 띄워주고 있다.

    지난 16일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쯔위'에 대해 언급하자 中본토의 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차이잉원'과 '쯔위'가 금지어로 지정됐다.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대만 내에서는 첫 소수민족 출신 여성 총통이라는 점 때문에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자신의 역할 모델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종종 언급한 덕에 최근 대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