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자녀를 잃은 탈북여성 4명(김정아, 이은희, 주아라, 성미경)이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내아이를안고싶어요'를 주제로 북한인권 실태를 증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규탄한다"고 밝히며 "김정은 독재정권의 붕괴를 촉진하는 '통일의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제안서를 통해 우리정부와 중국정부에 '중국내 중국인과 결혼한 탈북여성들의 인권과 아이들의 인권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우리는 지옥 같은 북한에서 굶어죽고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그 땅을 탈출한 탈북자들입니다.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 땅을 밝는 순간 인신매매의 거대한 늪에 빠져, 다시 지옥을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기도 합니다.  

    그 지옥에서 낳은 자식을 버린 이도 있습니다. 팔려가고 다시 팔려 다니면서 본의 아니게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였지만, 엄마로 살 수 없는 기막힌 환경을 살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는 그렇게, 자식을 잃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하루 한시도 발편잠을 못자며 살아왔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어떻게든 내 아이를 찾아보려고 세상천지를 샅샅이 헤매기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기도 하고, 어느 산장의 차디찬 빈방에서, 잃어버린 자식의 이름을 목 노아 부르며, 하염없이 울어도 보았고... 정말이지 어떤 때는, 하늘에 올랐다가 유성처럼 뚝 떨어져, 억울한 이 몸을 산산이 부셔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억울하고 원통해도 내 아이를 좀 찾아달라고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자식을 버린 인간이라는 세상의 조롱이 두려워 어디 하소연 할 데 없는 애달픈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왔습니다.  

    이제 어디선가, 엄마를 애타게 찾고 찾다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내 아이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나의 고통을 알 리가 없고 나의 아이는 영원히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나오기 까지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했고 주변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쳐야 했습니다. 이곳 남한에서 이룬 가족과 힘겨운 사투도 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이기에, 엄마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식을 잃은 ‘나쁜 엄마’지만, 내 자식 하나를 품에 안아보고 싶고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세상의 조롱을 뒤에 하고 이 자리에 선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원하지도 않는 삶 속에 낳은 자식이지만, 다름 아닌 내 자식이기에 기어이 품에 안아야 겠다는 저희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같은 사람이지만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중국 땅 여기저기로 지금도 팔려 다니는 내 아이, 어쩌다 연계된 내 아이가 엄마와 전화했다고 죽도록 매를 맞아야 하는 이 기막힌 처지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중국정부도, 한국정부도 자식을 안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호소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슬프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식을 잃은 수많은 탈북여성들의 눈물도 함께 닦아 주십시오. 수잔숄티 여사와 미국과 일본의 동료들, 당신들을 통해 우리 탈북여성들의 이 같은 비극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인신매매의 질곡이 끝장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우리 탈북여성들에게 이 같은 고통을 강요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규탄합니다. 우리 탈북여성들과 북한인민 모두를 고통과 질곡 속에 몰아넣은 김정은 정권이야 말로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불행의 화근임을 단죄합니다.  

    우리 ‘통일 맘 연합’의 탈북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뜻과 지혜를 모아 자녀 찾기 운동을 벌려 나가고, 김정은 독재정권의 붕괴를 촉진하는 ‘통일의 엄마’가 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