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각, 美정부의 ‘대북협상의 모든 카드’ 준비 끝난 상황 해석…일부 “전쟁 나나”
  • 지난 8일 공군이 언론에 공개한 한미영 공군합동훈련의 모습. F-15K를 선두로 왼편에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오른쪽으로는 美제7공군의 F-16C, 한국 공군의 KF-16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일 공군이 언론에 공개한 한미영 공군합동훈련의 모습. F-15K를 선두로 왼편에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오른쪽으로는 美제7공군의 F-16C, 한국 공군의 KF-16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1월 4일, 한국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온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나흘 뒤인 8일에서야 언론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 英공군참모총장이 참석했고, 삼국 공군은 공동 성명을 내놨다. 미묘하게도 같은 날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인 美8군의 사령관은 한 강연에서 “한미 연합은 통일준비를 모두 끝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한미 군 당국은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서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한국 공군의 F-15K, 주한 美공군의 F-16C의 합동훈련 장면을 기자들에게 일부 공개했다.

    이 자리에 나선 英공군 참모총장 스티븐 할리어 공군 대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한국 공군과 영국 공군 간의 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며, 양국 공군 간의 우호 및 협력 증진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 공군작전사령관 원인철 공군 중장 또한 “처음 실시한 한미영 공군 합동훈련은 연합 항공작전능력 향상은 물론 한영 공군 간의 군사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한미군의 공군을 총 지휘하는 美7공군 사령관 토마스 버거슨 공군 중장은 “한국 수호를 위해 유능한 한국·영국 공군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국 공군과의 훈련을 통해 나온 교훈은 참가국 공군들 모두에게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영 삼국 공군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군사협력 증진에 대해 다짐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눈길을 끈 것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의 한국행에 조종사와 지원 병력뿐만 아니라 영국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왔다는 점이다. 영국 공군은 미국이 다국적군을 구성해 해외에서 작전을 펼 때마다 선봉에서 정밀타격을 맡거나 적기를 요격하는 업무를 분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최고 책임자가 직접 한국을 찾은 것이다.

  • 지난 8일 오산공군기지에서 언론과 만난 뒤 성명을 발표하는 스티븐 할리어 英공군참모총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일 오산공군기지에서 언론과 만난 뒤 성명을 발표하는 스티븐 할리어 英공군참모총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슷한 시각,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시기상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던 토머스 밴달 美육군 제8군 사령관(육군 중장)이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이미 통일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고 한다.

    토머스 밴달 사령관은 강연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을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비대칭 전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한미 동맹은 모든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 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토머스 밴달 사령관은 “한미 동맹의 준비태세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장병들 생활의 일부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청중들이 2016년 美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자 “美정부의 특성상 정책 연속성은 보장될 것이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계속될 것”이라는 美상원의원들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고 한다.

    토머스 밴달 사령관의 이날 강연은 서울사이버대 학생 및 교직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북5도 지역회가 공동 주최했고, 5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2월 美8군 사령관 취임식 당시의 토머스 밴달 육군 중장. 그는 지난 8일 한 강연에서 "한미연합은 통일준비가 끝났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美8군 사령관 취임식 당시의 토머스 밴달 육군 중장. 그는 지난 8일 한 강연에서 "한미연합은 통일준비가 끝났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에다 英공군 참모총장의 등장, 美8군 사령관의 ‘통일준비 끝’이라는 발언은 그 시기와 무게 때문에 국내에서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美정부가 20년 동안 말했던 ‘협상의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는 해석이다.

    90년대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협상의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 군사행동은 논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는 주장이다. 英공군참모총장이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데려오고, 美8군 사령관이 ‘통일준비 끝’이라는 말을 한 게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英공군 참모총장의 방한과 美8군 사령관의 발언에다 최근 美정부 안팎에서 나온 ‘대북 선제타격’ 주장을 엮어 “전쟁 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미 당국의 군사행동은 최후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는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