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새누리당 110명 '탄핵 눈치보는 의원' 적시…반발 일자 '적반하장' 눈살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정권규탄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그는 1일 장제원 의원과 다툼 끝에 사과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정권규탄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그는 1일 장제원 의원과 다툼 끝에 사과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을 향해 "이리와 봐"라고 말하면서 달려드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30일 SNS에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눈치 보는 의원'이라 적시했던 표창원 의원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건의 발단은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이 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전날 표창원 의원의 SNS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날은 당초 '지방세 특례제한법', '지방세법', '공직선거법' 등에 대한 법안을 논의하기로 한 자리였다. 그러나 표창원 의원이 사실상 새누리당의 모든 의원이 탈당에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박성중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우리 동료의원인 표창원 의원이 탄핵에 관련해 언론 플레이를 했던데, 동료 의원을 이렇게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자 인격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탄핵 반대는 친박 의원 16명으로 하고 나머지는 눈치를 보는 의원으로 해서 새누리당 전 의원들을 다 넣어 놨다"면서 "찬성은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으로 밀어 넣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표창원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탄핵 찬성 의원으로 174명, 탄핵 눈치 보기·주저 의원으로 110명, 반대에 16명의 의원이 있다며 실명을 적시했다.

  •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의 이름을 명기했다. 특히 아직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눈치보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에 무기명투표를 실시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의 이름을 명기했다. 특히 아직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눈치보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에 무기명투표를 실시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그는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으로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과 하태경, 탈당한 김용태 의원만이 이름을 올렸고, 나머지 모든 의원은 눈치를 보는 의원, 혹은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현재의 탄핵 정국이 새누리당 내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비박계 의원 30~40명 가까이가 탄핵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정해주는 날짜에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선 여야가 모여 퇴진 날짜를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종전의 2일 혹은 9일 탄핵 소추안 참여보다는 수위를 낮춘 셈이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9일 탄핵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이날 오전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탄핵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등 부결될 때 불어닥칠 역풍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새누리당 내에 많은 의원의 입장이 서로 다른데도 표창원 의원이 의도적으로 새누리당의 모든 의원을 '눈치 보는 의원' 카테고리에 넣는 것은 새누리당 전체에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여론몰이의 성격이 짙다. 이를 통해 야권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새누리당 정서를 확대해 나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박성중 의원은 표창원 의원을 향해 "우리 국회가 협상 상대자의 인격도 존중해야겠는데 (표 의원이) 그런걸 잘 못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꾸짖었다.

    그러나 박 의원의 말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 야당 의원은 "사적으로 얘기하면 될 일을 (의사진행발언을 함으로써) 기록에 남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응했고, 이에 박성중 의원은 "아니에요.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당 의원들도 박성중 의원의 지적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장내는 금세 어수선해졌다.

    어수선한 상황을 제지한 것은 새누리당 소속 유재중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이었다. 그는 빗발치는 야당 의원들의 성토에 "법안을 통과시킨 뒤 발언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한동안 소란 끝에 유재중 의원은 법안을 통과시켜나갔다.

    잠시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발언 순서가 되자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할 일을 마친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기 시작했고, 진선미 의원은 "듣고 계세요 박성중 의원님"이라며 불러세웠다.

    이를 들은 장제원 의원은 "듣고 안 듣고는 내 마음"이라고 응수하고, 진선미 의원이 다시 "장제원 의원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말을 잘랐다.

    자신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자 이번엔 표창원 의원이 "아니 그렇게 예의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퍼 놓고 그냥 가는 게 예의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오른쪽)은 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표창원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DB
    ▲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오른쪽)은 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표창원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DB

    여기에 장제원 의원은 표창원 의원의 행태에 대해 "예의를 먼저 차리라"면서 "할 짓을 해야 말이야"라고 꼬집었다.

    표창원 의원이 "뭐? 장제원 이리와 봐"라고 부르면서 험악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장제원 의원 역시 표 의원의 말에 지지 않고 "왜 표창원, 깡패야? 경찰이야?"라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인 표창원 의원은 "경찰이다. 왜?"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됐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다른 의원들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피했다.

    장 의원은 "아직도 경찰이냐"면서 "의원의 품위를 지켜"라고 표 의원에 충고를 건네며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은 설전을 벌인 뒤에도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 SNS를 통해 장외에서도 전투를 이어갔다. 표창원 의원은 "제 국회 발언은 SNS에 보좌관이 실시간으로 촬영·게재한다"면서 "사전, 사후에 놓치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편집'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은 "편집하지 말고 풀 영상을 올리길 요청한다"면서 "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이 행한 저에 대한 막말은 빼고 악의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보좌관의 이름으로 올렸다"고 맹비난했다. 그 근거로 "비교적 정확하게 보도한 기사"라면서 〈연합뉴스〉의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다.

    그는 재차 몇 분 뒤 다른 포스팅을 통해 "이 설전은 표창원 의원이 저에 대한 막말과 반말을 하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다만 이 엄중한 시기에 상대가 막말로 시비를 걸어오더라도 무시하고 참아야 하는데, 맞대응 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현재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탄핵 소추안에 당권, 탈당 문제가 맞물리면서 무척 예민한 상태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통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유포되면서 고충을 토로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은 "(탄핵 관련 표 의원의 SNS 포스팅 때문에)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아 잠도 못 잤다"면서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한 바 있다.

    한편, 표창원 의원은 이후 자유발언에서 이날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결국 사과했다. 그는 "오늘 탄핵 발의 및 논의 과정에 있어 장 의원과도 마찰이 있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표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17일 오후 〈JTBC〉의 '유연채의 대선 예측'에 출연, 국정원 여직원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측이 일주일 간 잠복하고 미행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최근에 경범죄 처벌법이 개정돼서 스토킹 처벌은 8만원 범칙금을 내면 된다. 8만원 내라고 하세요"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