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헌법재판관, 박근혜 마수에 맞장구 칠지 몰라” 노골적 비하
  • ▲ 18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8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및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전면 폐기, 황교안 권한대행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촛불’의 행진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공정한 심판을 촉구하는 ‘태극기’의 행렬이, 17일 주말 서울도심에서 팽팽한 세(勢) 대결을 벌였다.

    민주노총 등 1,500개 좌편향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끝까지 간다 VIP 즉각퇴진, 공범 처벌 적폐청산의 날'을 주제로, 17일 8차 촛불집회를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 퇴진콘서트를 시작으로 5시 본집회, 6시 30분부터는 행진을 각각 진행했다. 본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국무총리공관와 헌법재판소 100m 앞까지 행진했다.

자유총연맹과 애국시민연합, 재향경우회, 재향군인회 등 50여개 애국단체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참여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같은 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오후 2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보수집회에도 참여해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 ▲ '탄핵 반대' 애국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에 있는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까지 행진해 직접 준비한 장미꽃과 손편지를 놓고 오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탄핵 반대' 애국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에 있는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까지 행진해 직접 준비한 장미꽃과 손편지를 놓고 오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애국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면서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부터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청와대 인근에선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의미로, 담벼락에 장미꽃을 놓고 오는 '100만 송이 장미 대행진' 퍼포먼스도 벌였다.

  • 양측은 경찰의 인도에 따라 이렇다할 물리적 충돌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경찰추산 6만 명(주최 측 65만 명), 애국집회는 3만3천 명(주최 측 50만 명)이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경력 228중대 1만8,000여 명을 배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계기로,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는 모두 11회 열렸다. '촛불집회' 8회를 포함 민중총궐기 직전 2주 간의 사전집회, 민노총 등이 지난달 30일 강행한 '총파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이 퇴진한 뒤에도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애국집회는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이달 초부터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만큼,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는 2회 열렸다.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는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급속하게 늘면서 퇴진행동 못지않게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최 측은 "법치에 반한 탄핵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24일 밤에는 덕수궁 앞에서 야광 태극기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 황교안 대통령 직무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 대통령 직무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을 구속하라"…촛불사냥 시작
    퇴진행동은 이날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 촉구와 황교안 대통령 직무 권한대행의 사퇴 촉구에 초점을 맞춰 집회를 진행했다. 
    본집회 무대에 오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교수라는 신분을 잊은 듯 헌법재판소와 재판관들을 향해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헌재는 나약한 기관이고 재판관들은 언제 어떻게 박근혜 일당의 마수에 맞장구 칠지 알 수 없다"며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헌재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어 박근혜를 즉각 탄핵해야 할 것", "탄핵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재판관들이 하는 게 아니다"라는 등의 정치적 구호를 내뱉었다. 
    그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전날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와 관련해선 "박근혜가 '탄핵 사유를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며 "세월호 참사가 생명권을 직접 침해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지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통령이 할 말이냐"고 쏘아 붙였다.

  • ▲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석운 퇴진운동 공동대표도 "헌재가 하루 빨리 탄핵결정을 하는 것이 국민 고통을 최소시키는 길"이라며 "조속한 탄핵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선 "박근혜의 공범자이자 부역자인 황교안을 제일 먼저 쫓아내야 한다"며 "황교안은 박근혜에게까지 문자로 해고통보 받은 사람이 아닌가, 황교안이 대통령 놀이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