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텐진·허베이 지역 비롯해 10개省 ‘스모그 지옥’ 갇혀…피란민 15만 돌파
  • 22일 현재 한반도 주변의 기류.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 덕분에 중국 스모그가 오지 않고 있다. ⓒ윈디TV 닷컴 화면캡쳐
    ▲ 22일 현재 한반도 주변의 기류.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 덕분에 중국 스모그가 오지 않고 있다. ⓒ윈디TV 닷컴 화면캡쳐


    22일 오후 한국 날씨는 비는 오고 있지만 비교적 포근하다. 오후부터 추워지면서 눈으로 바뀐다고는 하나 “공기가 비교적 좋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다. 동북아시아 지역 기류 덕분에 중국에서 ‘독성 스모그’가 한반도로 넘어오지 않는 덕분이다.

    중국의 현재 상황은 ‘스모그 지옥’ 수준이라고 한다. ‘베이징 청년보’ ‘차이나 데일리’ 등 中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22일 자정을 기해 베이징 일대의 ‘스모그 적색경보’는 해제됐지만 오는 24일부터 다시 ‘스모그 지옥’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한다.

    中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현지 언론들조차도 이제는 ‘스모그’ 문제를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올해는 ‘스모그 지옥’을 피해 하이난省 싼야, 푸젠省 샤먼, 윈난省 등 중국 남부와 내륙, 동남아로 피난을 가는 중국인들까지 나타났다. 中현지언론에 따르면, 그 수는 최소한 15만 명에 이른다고.

    중국의 ‘스모그 지옥’은 지난 18일부터 20일 사이가 최악이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질 악화의 기준을 연 평균 10㎍/㎥, 일일 평균 25㎍/㎥다.

    하지만 ‘스모그 지옥’을 맞은 중국 수도권 ‘징진지(베이징-텐진-허베이省 일대를 가리킴)’ 일대는 한때 최고 1,000㎍/㎥ 넘는 오염도를 보였다. 中공산당이 대기오염기준을 500㎍/㎥ 이상일 때 ‘적색경보’라고 규정했기에 그런가 생각하겠지만, 이는 ‘흑색경보’를 새로 만들어야 할 수준이다.

    1,000㎍/㎥의 대기오염도를 쉽게 설명하자면,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흡연실에서 담배 2갑을 연달이 피운 뒤의 오염도보다 2~3배 정도 되는 수치다. 中언론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 2.5)와 미세먼지 (P.M 10) 모두 1,000㎍/㎥을 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스모그 지옥’이 펼쳐진 지역은 ‘징진지’를 비롯해 랴오닝省, 지린省, 장쑤省 등 10개 성, 75개시에 달했다. ‘스모그’로 인해 체감 가시거리가 수십 미터에 불과한 탓에 75개 고속도로에서 일부 구간을 폐쇄하기도 했다. 특히 베이징 중심과 외곽을 잇는 고속도로 9곳은 임시 봉쇄됐고, 텐진 구간 고속도로는 사흘 동안 폐쇄됐다고 한다.

    항공기 또한 날지 못했다. 지난 20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는 가시거리가 200미터 이하까지 줄어들어, 이날 예정된 항공편 1,821대 가운데 383대가 결항됐고, 200여 편이 운항 지연됐다고 한다.

  • 지난 16일 中공산당이 23개 도시에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할 당시 모습. ⓒ뉴시스-中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6일 中공산당이 23개 도시에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할 당시 모습. ⓒ뉴시스-中신화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공산당은 ‘스모그 지옥’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中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베이징 일대 700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지만 스모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中공산당은 또한 대형 건설장비와 디젤 트럭의 베이징 진입을 금지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류대란만 일어났다. 中현지언론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의 물류업체 ‘차이냐오’의 경우 스모그 때문에 4,000만 건 내지 5,000만 건의 택배가 배달지연 됐다고 한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이번 스모그의 영향을 받은 중국인은 4억 6,0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 ‘공식 인구’의 30%를 넘는 수다.

    中공산당이 매년 일어나는 ‘스모그’에는 별다른 반응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올해에는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는 ‘중국산 스모그’의 위험성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서다.

    매년 겨울이 되면 중국 내륙 지방에서 한반도 쪽으로 계절풍이 분다. 때문에 겨울만 되면 한반도는 ‘하루 종일 고등어구이와 바베큐만 하는 나라’처럼 스모그에 휩싸였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풍이 제대로 불지 않으면서 ‘중국산 스모그’가 한반도로 날아가지 않고, ‘생산국’ 하늘에 멈춰있다 보니 난리가 난 것이다.

    中공산당을 비판하지 못하는 국내 언론들은 시진핑과 中공산당이 2013년부터 대기오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고 전하고 있다. 中공산당이 2013년 대기오염예방에 50억 위안(한화 약 8,600억 원)을 투입했고, 새 ‘대기오염예방법’을 발효한 2016년에는 그 두 배를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中공산당의 대기오염예방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국내 언론들 대부분은 보도하지 않지만, 中공산당은 ‘대내외적’으로는 대기오염예방을 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철강업계에 생산량 확대를 독려하며 거액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 철강 산업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값싼 석탄을 원료로 하는 탓에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엄청나다. 반면 매연저감장치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지도 않고 있다. 이러니 대기오염예방에 돈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효과를 못 보는 것이다.

    ‘인명중시’를 모르는 中공산당은 ‘스모그 지옥’이 시작된 10년 전부터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이를 무시해 왔다. 2013년에 50억 위안의 거액을 들여 대기오염예방에 나선다고 했지만, 이후로도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스모그 지옥’에 대한 우려와 공산당의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전직 CCTV 아나운서는 자신의 아들이 ‘스모그’ 때문에 불치병에 걸리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WHO 등 국제기구들 또한 중국의 ‘스모그 지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수 차례 지적했다. 中공산당은 이를 부정해오다 2015년부터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2015년 2월 中베이징大 연구팀은 환경단체 ‘그린피스’와의 공동조사를 통해, 중국인 가운데 25만 명이 ‘스모그’ 때문에 조기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016년 1월에는 중국의학과학원 암연구소가 “중국에서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하루 2,000여 명, 사망자는 1,600여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 22일 오전 11시 현재 한반도 주변 대기질 지수(AQI) 평가. 색이 짙을 수록 오염도가 높다. ⓒAQICN.ORG 화면캡쳐
    ▲ 22일 오전 11시 현재 한반도 주변 대기질 지수(AQI) 평가. 색이 짙을 수록 오염도가 높다. ⓒAQICN.ORG 화면캡쳐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연구결과가 실제 피해를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스모그 지옥’ 때문에 폐암, 중금속 오염 등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연 100만 명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중국에서 ‘스모그’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이 수도권인 ‘징진지’와 그 다음으로 인구가 많으며, 공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동북 3성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스모그 문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데도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스모그’를 이유로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매연저감장치를 강제로 설치하도록 할 경우 집단적인 반발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건강을 이유로 ‘스모그 발생지역’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거나, ‘스모그 발생시설’을 강제로 내륙이나 남부로 이전할 경우에는 일자리와 환경문제 때문에 내부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中공산당이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는 국민건강에서 시작해 일자리와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 종국에는 中공산당의 지배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