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대만 한국대표부, 피해자 불친절 대응 논란…외교부 "그런 적 없는 것 확인"
  • '택시 투어'를 이용해 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 여행객들이 현지 택시기사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왼쪽부터)현지 사법당국 관계자들이 용의자를 연행하고 있는 모습, 인터넷 카페에 게시된 피해자의 글.ⓒ대만 '자유시보' 중계영상 캡쳐, 인터넷 카페 '즐거운 대만 여행' 캡쳐
    ▲ '택시 투어'를 이용해 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 여행객들이 현지 택시기사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왼쪽부터)현지 사법당국 관계자들이 용의자를 연행하고 있는 모습, 인터넷 카페에 게시된 피해자의 글.ⓒ대만 '자유시보' 중계영상 캡쳐, 인터넷 카페 '즐거운 대만 여행' 캡쳐

    '택시 투어'를 이용해 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 여행객들이 현지 택시기사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택시기사 잔(詹) 모 씨는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으며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통신사(CNA)',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성 3명은 지난 12일 오후 6시쯤 관광용 택시 운영사 '제리(Jerry) 택시투어'를 이용, 수도 타이베이(台北)에 위치한 스린 야시장(士林夜市)으로 이동하던 중 택시기사 잔(詹) 씨로부터 요구르트를 건네받았다고 한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요구르트를 건네받은 한국인 여성들 중 2명은 이를 모두 마시고 차내에서 의식을 잃었으나, 앞좌석에 있던 A씨는 쓴맛을 느껴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택시가 목적지인 야시장에 도착하자 A씨는 의식을 잃은 일행을 깨웠지만 반응이 없었으며, 당시에는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유시보' 등은 A씨가 오후 9시쯤 스린 야시장 입구에서 택시기사 잔 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주변을 구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가 잔 씨를 다시 만난 시각에도 일행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이에 묵고 있던 호텔로 함께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 오후 5시쯤 정신이 든 한국인 여성 2명은 성폭행당한 느낌이 들어, 인터넷 카페 '즐거운 대만 여행'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글을 본 카페 회원들은 현지 경찰과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에게 신고할 것을 권했고, 그 결과 택시기사 잔 씨의 추악한 범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대만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잔 씨는 올해 41세로 거주지는 대만 신베이(新北)이고 전과는 없다고 한다. 또한 결혼한 지 3개월 밖에 안 됐다고 한다.

    용의자 잔 씨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그는 범행을 저지른 당일 오후 6시 20분 진과스(金瓜石) 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사용해 강력한 수면제를 요구르트에 넣었다고 한다.

    현지 매체들은 잔 씨의 혐의가 최종 입증되면 최대 17년의 징역형을 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대만 성폭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駐대만 한국대표부 당직 직원의 태도가 구설수에 올랐다.

    피해 여행객 1명은 지난 14일 인터넷 카페 '즐거운 대만 여행'에 "대사관(駐대만 한국대표부)에 연락했더니 '자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하냐. 이건 긴급상황일 때 (하는) 전화인데'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말대로라면 성폭행 피해자의 연락을 받은 駐대만 한국대표부가 즉각적인 대응은커녕 오히려 화를 냈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駐대만 한국대표부가 이날 오전 3시쯤 피해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으나, 당직 직원이 불친절하게 응대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 여부는 당사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날이 밝아 신고하게 될 경우 다시 대표부에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14일 오전 駐대만 한국대표부에서는 피해자 측의 연락이 없어 당직 직원을 통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오후 1시쯤 연락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또 "피해자들이 신고를 위해 현지 경찰서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담당 영사 및 직원이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면서 "성폭력 신고를 위해서는 병원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경찰서 측의 이야기를 듣고, 담당 영사와 직원은 피해자들과 동행해 병원 검사를 우선 지원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