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복지·교육·대북정책·정치혁신의 '동반성장 5대 정책' 제시'개성공단 신속한 재개' 등 아쉬운 점도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동반성장론'의 아이콘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

    앞서 출마를 강력 시사한 바 있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단은 기존 정당과의 연대 및 입당이 아닌 외곽에서 독자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19일 "대한민국을 동반성장 국가로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라며 "모든 준비를 끝냈다. 부족하지만 제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차별없이 함께 잘 살고, 차별없이 국민을 보호하며 국민의 행복에 봉사하는 나라, 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존중받고 보호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라며 경제·복지·교육·대북정책·정치혁신 분야로 나눈 '동반성장 5대 정책'을 제시했다. 

    우선 경제 부문에서는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고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기본소득제 도입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시행, 국민휴식제 시행을 약속했다. 

    국민휴식제란 대학교수가 6년간 근속하면 1년 안식년을 부여받듯, 직장인도 기업 상황에 맞게 안식월이나 안식년을 주고, 이를 시행하는 직장에 정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정운찬 전 총리 측의 구상이다. 

    교육 혁신으로는 지역균형선발제의 확대 및 계층균형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대학에 대한 투자는 증대하되 간섭을 없애고, 창의적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혁신 부분은 "소수의 민의가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한다"면서 "내각제·다당제 개헌을 통해 강자 독식 사회를 종식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개성공단의 신속한 재개를 넘어 해주·신의주·원산·함흥 등 북한지역뿐만 아니라 남한의 철원, 고성 등에도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확대하겠다"라며 "남북 동반성장은 통일의 필요조건이자 신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북정책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대화와 대북지원을 재개하자는 기존의 야권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귀순했던 태영호 전 주(駐) 영국 북한 공사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하며 원칙없는 대북지원을 경고했던 것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태영호 전 공사는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10~20%만 북한 주민에게 돌아간다"며 "거저 주는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게 하는 부정적 영향만 준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정책적 목표와 계획을 파탄시키고 있다"라며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정치인들이 북한의 현실에 서 있는 그대로 주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뉴데일리 DB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여야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정운찬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던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저는 당 대표로서 가장 공정하게,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반드시 우리 국민의당에 오셔서 꼭 한 번 (당내 후보들과)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거듭 합류를 요청했다. 이어 '오늘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안철수 전 대표의 말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오셔서 국민의당도 동반성장시켜 달라. 어떤 불이익도 없는 공정한 기회를 드리겠지만 더 마음에 들면 추대하는 것까지도 고려해 보겠다"라며 '추대설'까지 제안했다.   

    정동영 국가대개혁추진위원장도 "지금 있는 정당 중 정운찬 전 총리와 색깔이 비슷한 동네가 제가 몸담고 있는 동네 같다"라며 "출정식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결단하시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공동대표는 "제가 생각하기엔 대선 주자가 되려면 좋든 싫든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조'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동반성장이라고 하면 누가 원조냐, 정운찬 전 총리가 원조다. 지금은 원조시대"라고 호감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를 '형님'이라 부르며 "오늘 온 건 혹시라도 형님을 우리 바른정당으로 모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왔다"라며 "경제양극화 현상을 수년동안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꼭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해온 형님을 제가 잘 모실테니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영입을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부의장, 천정배 전 대표, 김성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이같은 열렬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전 총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다소 거리를 뒀다.

    정운찬 전 총리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창당을 하기에는 힘이 없다. 정당 가입없이 혼자 할 수도 있고, 기존 정당과 함께할 수도 있다"라며 "지금 다당제가 됐는데 저는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람이다. 동반성장에 대해 뜻을 같이하면 연합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설명드릴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동반성장 사회 건설 속도가 늦어지면 사회가 다시 파탄 날까 봐 걱정됐다. 이제 가칭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에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답을 제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10년간 있으면서 북한과 좀 더 접근하고 여러 교섭을 하며 북핵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한국인 사무총장이면 조국인 한국의 평화를 위해 무엇이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좀 게을리하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