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효과 없었다"..식상한 레퍼토리만 선뵈고 상경

6.25 춘천대첩 재현‥13만 태극기 물결, 1만 촛불 압도

"김진태를 구하라!" 정신력·조직력 면에서 압승 거둔 태극기 집회
19일 오후 춘천시 거두리 사거리 일대..태극기 든 애국인파로 넘실

조광형·임재섭·노민호 기자 | 최종편집 2017.02.20 08: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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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초기 파죽지세로 내려오는 북한군에게 첫 패배를 안긴 역사적인 전투가 있었다. 이름하여 춘천대첩(春天大捷). 당시 함병선 대령이 이끄는 제2연대는 민병권 중령의 제19연대와 함께 3일 밤낮으로 북한군과 혈투를 벌였다. 북한의 제2군단은 춘천을 뚫고 서울 남쪽으로 쳐들어가 국군을 궤멸시킬 계획이었으나 제2연대의 철벽 방어에 발이 묶이면서 3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춘천대첩'이 없었다면 우리 국군은 서울에서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후 우리 국군은 전열을 가다듬고 연합군과 합세해 반격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춘천에서의 역사적인 전투가 수개월 뒤 '인천상륙작전'의 토대를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이로부터 67년 뒤 춘천에서 또 한 번 역사적인 의거(義擧)가 일어났다. 오래 전 분연히 일어난 춘천 시민들이 국군 장병들에게 포탄과 식량을 전달하며 용맹을 떨쳤던 것처럼, 전국 각지에서 춘천으로 모여든 애국 시민들이 '나라 흔들기'에 나선 '떼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손에 들고 "졸속탄핵 무효" "특검 해체"를 외치는 장관을 연출한 것.



19일 오후, 춘천 거두리 사거리 일대에 모인 인파는 어림잡아 족히 10만명은 넘어 보였다. 주최 측 추산으론 13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춘천시 인구가 29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삽시간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인파가 모여든 셈.

춘천의 번화가를 온통 '태극기 물결'로 뒤바꿔 놓은 이들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SNS에 올린 호소문을 보고 뛰쳐나왔다"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선 우리가 김진태 의원을 보호해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강원본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이 아닌 이곳 춘천으로 집회 장소를 옮긴 것은 순전히 김진태 의원 때문이었다. '박근혜퇴진 춘천시민행동'이 방송인 김제동을 불러 김진태 의원의 '앞마당'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보수 진영에서도 김진태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맞불 집회'를 열기로 중지를 모은 것.

소식을 접한 애국 시민들은 곳곳에서 버스와 열차를 잡아 타고 춘천으로 집결했다. 전날 서울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지만 쌓인 피로도 잊은 채 서울에서 내려온 시민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이날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태극기 집회의 성격은 정의와 진실을 구하는 것"이라며 "특정 장소에서 특정인을 띄우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정말 예외적인 경우로 대통령을 지키는데 애쓴 김진태 의원을 우리가 지킨다는 의미로 집회가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화답하는 시민들에게 "정의와 진실을 알리는 일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한 정 대변인은 "오는 3월 1일은 헌법 재판관이 어쩌면 판결문을 타이핑하고 있을지 모르는 때"라며 "우리 국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달라. 춘천에 계신 수많은 시민 여러분, 서울로 가자"고 목놓아 외쳤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는 춘천으로 원정 온 김제동을 겨냥, "제 기억에는 (김제동이)연예계에 데뷔했을 때엔 맑은 눈을 가지고 성실하게 독서를 열심히 하는 좋은 친구였는데 윤도현의 기획사로 들어가면서 변했다"며 "기획사의 입맛대로 '보수정권에 탄압받는 연예인'이 되고 난 뒤부턴 자기 후배까지 의식화 교육을 하는 좌익 권력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제동 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좌파에 물들어 있음을 지적한 변 대표는 "정치 권력의 사냥개 노릇을 하게 되면 어찌 되는지, 우리가 쓰러뜨려 보여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집회의 주인공, 소신지사(所信志士) 김진태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한 인파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김진태 의원은 "제 눈이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특검 기간 연장은 절대 안 된다"면서 "당당하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촉구한다. 지금 당장 법무부에 고영태를 수사하도록 지시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꼭 서울 시청 광장 앞을 보는 것 같다. 제가 첫 번째 선거를 할 때 풍물시장에 5만 명이 모였었는데, 여기엔 2배가 더 될 것 같다"고 언급한 뒤 "정말 이렇게 많이 와 주실 줄은 몰랐다. 다시 한 번 애국 시민들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꼭 지켜달라"고 목멘 소리로 외쳤다.



태극기 집회 열기가 정점으로 치달을 무렵, 거두리 사거리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곳에선 '김제동과 함께하는 1만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민노총 강원본부 등이 주도하는 '박근혜퇴진 춘천시민행동'은 김진태 의원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춘천 거두리 성우 오스타 아파트 앞에 진을 치고 토크콘서트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1부 탄핵문화제, 2부 김제동의 만민공동회, 3부 김진태 의원실 앞까지의 행진으로 이어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약 1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거두리 사거리의 차도까지 장악했던 태극기 집회 시위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한산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후 5시 40분 무렵 현장에 도착한 김제동은 "제가 오늘은 무대 위 쪽 말고 (춘천시민들이 앉아있는) 가장 가운데로 일부러 왔다"면서 "오늘 이럴 때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라는 특유의 수사법으로 인사를 건넸다.

김제동은 "이 땅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은, 박정희 혼자가 아닌 60~80대 어머니, 아버지들 덕분"이라면서 "자기(박근혜 대통령) 아버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 어머니도 중요하다고 외칠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공화국"이라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식상했다.

김제동은 춘천까지 건너와 두손을 호호 불어가며 경청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뻔한 레퍼토리를 꺼내들고 주어진 시간을 너무나 쉽게 떼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60~80년대 당시 노동으로 헌신한 이들이 경제발전의 실제 주역이라는 얘기는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얘기였다. 정치인들이 제발 코미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마찬가지.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주변 사람들이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포탄 잔해라고 말한 것을 비웃는 대목도 이미 수년간 반복해온 레퍼토리였다.

헌법 조항을 들먹이며 자신의 법률 지식을 과시하는 특유의 화술도 여전했다. "우리 국민들이 잘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헌법 전문의 의미"라며 "그래서 (오늘)그런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게 이날 김제동이 강조한 넋두리의 전부였다.

"학교 등교시간을 오전 10시 30분으로 늦추자", "영어 교육에 목맬 필요 없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므로 결혼했다고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들을 늘어 놓던 김제동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읊는 것으로 토크쇼를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김제동을 춘천으로 초빙한 '박근혜퇴진 춘천시민행동'의 촛불집회는 대실패로 끝났다. 맞불 집회 형식으로 거두리 사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규모와 조직력 면에서 촛불집회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태 의원을 지키자'는 일념으로 모인 태극기 집회는 각기 다른 목적과 주제로 모인 촛불집회에 비해 더욱 강한 응집력을 과시했다.

19일 오후 춘천 거두리 사거리 일대를 가득 메운 태극기의 물결은 반세기 전, 내 고향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던 춘천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67년 만에 재현된 춘천대첩. 당시에도 그랬듯, 이날의 함성이 반전(反轉)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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