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安에게 묻어난 초조함, 안방같은 차분함 보여준 文… 까닭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시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양강구도'를 구축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모친상을 당한 권양숙 여사를 뵈러 경남 김해 진영읍에 내려갔으나, 얼굴을 마주하며 젯밥을 나눠 먹는 분위기를 연출하진 못했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펼치는 문재인과 안희정, 두 잠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정평이 났다. 지난 24일 모친상을 당한 권 여사는 노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래선지 정치권에선 권 여사를 위로하기 위해 지난 25일 진영읍에 내려간 두 적자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권 여사가 두 적자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친노'의 표심이 쏠릴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게 야권 안팎의 전언이다. 또 장례식장이 마련된 곳은 김해 봉하마을 인근인 진영읍이다. 즉 '친노의 안방'인 셈이다.

    권 여사 입장에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온 두 적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을 터다. 정치적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유가족 측은 지난 24일 "권 여사는 상을 당한 한 사람의 심정으로, 한 가족으로 이번 상을 조용히 치르고 싶어한다"며 "(때문에) 부의금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적자가 장례식장을 방문하기 전 24일과 25일 낮 상황을 종합해보면, 문 전 대표의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란 분석이 존재했다. 문 전 대표 측근들이 상당수 권 여사를 위로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24일 빈소를 방문한 전해철 최고위원과 김경수 의원 등이 그렇다. 전 최고위원은 문 전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정평이 났고,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이다. 김세옥·염상국 두 명의 참여정부 당시 경호실장도 얼굴을 비췄다. 이들은 문 전 대표의 자문단인 '민주정부 10년'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25일에도 친문계 인사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이용섭 전 의원과 '문재인 키즈' 김병관 최고위원이 빈소를 다녀갔다.

    나아가 문 전 대표는 친노와의 친근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가 역임했던 노무현재단의 이사장 및 혁신과통합 대표 이력이 그 예다. 특히 혁신과통합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민주주의 사회-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완수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모임이다.

    25일 밤 10시쯤 빈소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차분하게 권 여사를 위로했다. 문 전 대표 옆엔 부인 김정숙씨도 동행했다.

    더욱이 문 전 대표가 도착하기 불과 5분 전, 안 지사가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여기서 만나게 될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문 전 대표의 기색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 안희정 충남지사. ⓒ뉴시스
    ▲ 안희정 충남지사. ⓒ뉴시스

    반면 같은날 밤 9시 30분쯤 도착한 안 지사는 "여사님이 혼자 남으셔서 위로해 드리려고 방문했다"고 밝혔으나, 그의 기색엔 남모를 초조함이 묻어났다. 실제 안 지사는 대권 출사표를 던진 후 봉하마을 방문을 자제했다.

    취재진에선 역시나 '대선 출마선언 후 봉하마을 방문을 자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에 안 지사는 "전국을 다녀야 했다. 일부러 안 온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권 여사를 위로하기 위해 총출동했던 친문과 달리, 안 지사의 측근들은 한걸음에 달려오지 못했다. 안 지사 측근으로는 이병완 전 비서실장, 윤태영 전 대변인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꼽힌다. 그중 이광재 전 강원지사만이 25일 낮 권 여사를 위로한 바다. 이 역시 안 지사의 기색이 어떠한지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 안 지사 본인이 선보인 '우클릭 행보'도 초초함을 더했다. 앞서 안 지사가 언근한 '대연정(여야 연합정부 구상)'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적으로 왼쪽에 자리 잡은 친노 입장에서 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안 지사와 달리, 문 전 대표는 꾸준히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 문 전 대표의 전반적 행보는 ‘왼쪽’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달리 말해 안 지사가 빈소에서 문 전 대표를 마주할 경우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는 풀이다.

    그래선지 안 지사는 빠르게 조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문 전 대표가 조금 있으면 온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도 “제가 빨리 홍성을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권여사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온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에게 “힘들 텐데 와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