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후보 단일화시 승리 자신… "지고서 주도권? 생각한 적 없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보수 진영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친노(親盧) 정권 시대로의 복고는 안 된다며 보수정권 창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탄핵 이후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돌파하며 보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박근혜가 싫어서 노무현?" 보수정권 창출 당위성 강조

    유승민 의원은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보수가 또 정권을 잡아야 하느냐"는 허민 문화일보 정치부 선임기자의 질문에 "가장 아픈 질문"이라며 "탄핵이 없었더라도 보수가 10년 동안 잘한 게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보수정권을 다시 창출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통령 탄핵은 '쓰나미'와 같은 것"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정권교체라는 구호가 강력하게 먹히는 때가 지금이지만, 정권교체만 하면 다 되느냐"며 "박근혜가 싫어서 노무현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노무현 때의 무능과 고집불통을 우리가 10년 전에 얼마나 비판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미래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수정권 창출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후보 내지 말라고?" '대권, 거저 먹겠다'는 심산 저격

    야권 일각에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을 가리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까지 공박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선을 그냥 이기려는 시도'로 보고 정면에서 반박했다.

    유승민 의원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할 대선이 많았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잘못했다고 보수 전체가 죄를 지은 양 몰아가면서 대선을 이기려는 것은 민주당 논리"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정권교체만 내세우면서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것도 그런 논리"라며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 없이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열풍 속에서는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든 5년 내내 후회할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라고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7년 대선 같은 '원사이드 게임' 되지 않아"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조기 대선'이 결국 '원사이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무려 531만 표 차이로 압살한 지난 2007년 대선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2007년 당시 경선에서 이기고 난 뒤의 이명박 후보에 비해서 지금의 문재인이나 안희정은 그만큼 강력한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심판 이후 보수가 전열을 정비하고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최상·최선의 경쟁력을 낼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면 막판에는 승부가 가능하다"고 일소에 부쳤다.

    여권 일각에서 유승민 의원의 최근 행보를 대선 패배 이후 야권이 될 범(汎)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과 관련해서는 "질 것을 다 생각하고 그 이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반문하며 "그런 생각은 내 머릿 속에서는 조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노무현~정몽준에 비하면 보수후보 단일화, 훨씬 명분 있어"

    이처럼 '문재인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보수정권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 유승민 의원이지만 이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민주당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가 성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국민들이 원하는데도 단일화를 하지 않고 3당(바른정당·국민의당·자유한국당)이 각자 후보를 내세워서 아주 강력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마지막에 가면 그렇게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97년 DJP연합이나 2002년 후보단일화는 한 분은 진보이고 한 분은 보수인데 극과 극인 두 명이 한 것"이라며 "그에 비하면 보수 후보 단일화는 훨씬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만 보수단일화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당에도 열려 있다"며 "당대당 통합이나 연대를 하자는 게 아니라, 각 정당이 후보를 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연대'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드롭'되는 방식을 통한 '단일화'를 재차 제안했다.

    ◆'배신자 프레임'에 울컥… "국민 배신했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할 '반문(반문재인) 단일 후보'를 유승민 의원이 제안한 방식대로 뽑게 된다면, 그 대상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본인이 가장 유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39석의 제3원내교섭단체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고, 부산·경남 출신인데도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견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연고지인 대구·경북에서의 지지가 저조하다. 이대로라면 본인의 제안대로 설령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에 따른 단일화'가 진행된다 할지라도 단일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남도영 국민일보 정치부장이 "결국 유승민 의원이 배신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아니냐"고 찌르고 들어오자, 유승민 의원은 "사실 그 단어(배신)를 입에 올리기도 싫다"며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분개했다.

    유승민 의원은 "만약 국민을 배신했거나 대구·경북 시도민을 배신했던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치를 그만두겠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며 "결코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날 관훈토론 중 가장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아주 당당하게 정면으로 말씀드릴 것"이라며 "누가 국민을 배신했는지, 내가 국민을 배신했는지, 대통령과 주변 세력들이 국민을 배신했는지 묻겠다"고 공언했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패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사드 3개 포대 추가 구매" 보수본색 표출

    관훈토론을 통해 단일 보수 후보가 돼서 문재인 전 대표와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안보 영역에서 단호하게 우(右)클릭했다.

    유승민 의원은 "주한미군이 성주에 들여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목표가 주한미군의 방위"라며 "성주 사드는 우리 작전통제권 안에 있지도 않고, 인천·서울·경기북부에 사는 우리나라 절반의 인구가 보호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전체를 안전하게 커버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남부·서부·중동부에 하나씩 사드가 있어야 하고, 이걸 사는 데 6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킬체인과 KAMD를 개발한다고 20조 원에 가까운 돈을 쓰도록 돼 있는데, 불확실한 걸 하지 말고 지금 사자는 것"이라고, 사드포대 2~3개 증설론을 제시했다.

    나아가 "이미 UAE는 미국으로부터 (사드포대를) 사갔다"며 "북한의 핵위협이 워낙 심각하니 성주의 1개 포대로는 안심할 수 없고, 주민들과의 갈등이 있더라도 극복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반대하는 안철수, '안보 보수' 아냐"

    이날 관훈토론에서 유승민 의원은 사드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문제는 안보냐 경제냐의 선택의 문제인데,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안보"라며 "경제는 회복될 수 있지만, 안보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주권의 문제이고, 사드는 중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닌데 왜 반대하느냐"며 화살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로 방향을 돌려 "사드를 당론으로 반대하는 것을 보고 '그분(안철수 전 대표)이 안보가 보수는 아니구나' 라고 생각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관훈토론에서 유승민 의원은 야권의 대권주자들 중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주로 조준해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를 놓고서는 안철수 전 대표도 도마 위에 올렸다.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결성한다면 안철수 전 대표도 연대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견 의아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이날 제안한 '보수후보 단일화'는 그 스스로 밝혔듯이 연대라기보다는 '국민이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만 남기고 나머지 후보들은 일방적으로 드롭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렇다면 단일 보수 후보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승민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결국은 보수 대 진보의 양자 구도로 가지 않겠는가"라며 "누가 최선의 보수후보냐, 결국 그게 남을 뿐"이라고 미묘한 뉘앙스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