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법안 불발 시 100년 전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처지될 것"
  •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준표 기자
    ▲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준표 기자

     

    민주당에서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중진 의원' 예우를 받는 정치인이 있다. 최운열 의원이다.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은 한국증권연구원 원장과 한국금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또 서강대학교 교단에서 30년 넘게 경영학을 가르쳤다. 즉 최 의원이 가진 경제적 식견과  경륜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최 의원을 교단에서 정치권으로 인도한 인물은 지난 8일 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다. 김 전 대표 역시 경제전문가로 불린다. 김 전 대표는 현 시대정신으로 불리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존재로 통한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이 경제민주화에 뜻을 같이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선 '경제민주화 법안의 선봉장은 김 전 대표, 뒷받침은 최 의원'이란 게 중론이다.

    경제민주화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조기대선 정국을 맞이한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민주화'가 여론 시선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는 최 의원이 '길 잃은 경제민주화'와 '김 전 대표의 향후 진로'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뉴데일리>는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최운열 의원실에서 최 의원을 만났다. 의원실을 찾았을 때 최 의원은 턱을 괸 채 무엇인가 생각에 잠겨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바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30년 넘게 교단에 있었다. 그리고 국회에 들어왔다. 국회 밖에 있을 땐 우리 사회에서 개선될 부분을 찾아도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만 있었다. 국회 안에 들어오자 입법권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 경제석학으로 정평이 났다. 자신만의 경제철학이 있을 것. 현재 하고 있는 의정활동도 그 일환인가.

    "경제철학이라고 할 것 까진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시간이 갈수록 사회적·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전부터 언론에서도 다뤄졌던 부분이다. 우리나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시정할 때가 됐다는 신호기도다.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이 매우 낮았다. 그래선지 먹고 사는 게 문제였다. 그 당시 한정된 지원을 가지고 대기업에 집중 투자한 게 경제적 효율을 높였다.

    이 방법이 지속됐고 지금에 와서 뒤를 돌아보니까 부작용이 나타났다. 저 역시 현재 경제적 후유증 원인을 만든 한 사람이라고 자책한다. 지난 70-80년대 그런 성장이 유효했기 때문에 '재벌위주 투자' 주장을 많이 펼쳤기 때문이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입법활동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법안으로 불리는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관심있게 다뤘다."

    -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진정 도움이 되는가.

    "당연하다. 작년 민주당 경제민주화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종 정리한 34개 입법과제를 마련한 바다. 그중 중점적인 과제는 김종인 전 대표가 대표발의했던 상법 개정안이다 불공정한 상법을 개정해 대기업의 이사회 등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나머지 입법과제들도 공정경쟁과 기업의 방만경영 방지 등을 골자로 했다. 즉 불공정 환경을 개선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입법 활동을 통해 불공정한 부분을 계속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경제민주화' 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됐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2012년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법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법안 통과가 안 된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려는 각 당의 개혁의지가 강한 것 같지 않다. 우리 당 역시 개혁 의지가 강했다면 충분히 여당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크다."

    - 20대 국회 모든 정당의 경제민주화 개혁 의지가 약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유한국당은 새누리당이 전신이다. 이쪽 진영은 애당초 공정거래법이나 상법개정안 등을 반대했다. 여기에서 나온 바른정당에 대해선 많은 기대를 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되지 않았나.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현실적으로 두 당의 의원을 합치면 최대 160명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일부가 동의하지 못하면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 입법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국회 의사결정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이 제도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활발한 입법 활동이 어렵다."

    - 국민의당은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다는 것인가.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비해 경제민주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당 소속 채이배 의원이 그렇다. 이분은 경제민주화 이론무장이 돼 있고 의지도 강하다. 채 의원은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도 여러 차례 진행한 것으로 안다. 이처럼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부분에서 뜻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 최운열 민주당 의원. ⓒ공준표 기자
    ▲ 최운열 민주당 의원. ⓒ공준표 기자

     

    - 불발된 '경제민주화 법안(상법개정안)'의 재상정 가능성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불발됐다고 해서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의 문은 앞으로 4년 간 열려 있다. 또 향후 출범할 새 대통령과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민주화 향방이 달라진다고 본다. 기대를 가져본다."

    -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보는가.

    "(경제민주화 불발 시) 정말 희망이 없어질 것이다. 양극화는 회복불가능한 상태로 심해질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국가적으로 실행하지 못하면 우리는 100년 전 시대를 주름잡던 남미 국가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축산업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축산업에만 의존한 채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 경제도 지금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하면 나락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도 1991년부터 장기불황이 지속됐다.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일본은 장기불황 속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쌓아둔 게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부자는 망해도 몇년 간다고 한다. 일본은 1인당 GDP가 4만불에 달했다. 4만불을 20년간 까먹어서 1만불 정도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1만불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불이다. 양극화 현상으로 1만불로 떨어질 위기다. 1만불을 회복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GDP 차이 상 일본이 느끼는 경제불황과도 체감이 다르다.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옛날식 경제 성장 구도를 벗어야 한다."

    - 향후 5년에서 6년 사이 경제민주화 실행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달라진다는 얘기로 이해해도 되는가.

    "향후 5년 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경제 스타일을 닮은, 친재벌 경제 스타일 정부가 들어선다고 가정하자. 그럼 정말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고 절박하게 생각한다. 내가 정치권에 들어온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같은 정부가 유지되지 않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까 고민을 했다. 현 정부와 비슷한 사고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면 정말 희망은 없다."

    - 김종인 전 대표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최근 김 전 대표가 직접 '문재인 대항마'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직 김종인 전 대표 본인이 직접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상황과 관련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는 또 각 정당에서 거론되는 후보들이 현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를 보고 회의감을 느낀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전 대표 본인이라도 나서서 이 난국을 해결하려는 소명을 가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확실한 것은 김 전 대표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

    -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지금 발의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목표다. 또 정부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경쟁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중소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할 때 적절한 이윤이 보장되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적절한 이윤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중소기업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대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공정경쟁 풍토를 조성한다면 질 좋은 일자리의 중소기업이 많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