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압박 강력 추진하려는 中공산당에 힘 실어주려는 발언…‘모든 옵션’ 가운데 하나
  •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美워싱턴 익재마이너가 보도한 트럼프 인터뷰가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美워싱턴 익재마이너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美워싱턴 익재마이너가 보도한 트럼프 인터뷰가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美워싱턴 익재마이너 관련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익재마이너’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이 조성되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한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며 흥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만남’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미국 내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中공산당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분석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한 존 박 美하버드大 벨퍼 센터 코리아 워킹 그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안을 강조하면서, 모든 옵션을 검토 대상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한쪽으로는 대화와 협상이라는 여지도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존 박 국장은 또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강력한 대북압박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북한 김정은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대북압박의 선봉에 선 中공산당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구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었다.

    존 박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협박 또는 압박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쳤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 "김정은과 만나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016 대선 유세 중에도 나왔다 이때 "미국 국민 세금으로 비싼 만찬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햄버거를 앞에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트럼프 대통령 지지영상 번역내용 캡쳐
    ▲ "김정은과 만나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016 대선 유세 중에도 나왔다 이때 "미국 국민 세금으로 비싼 만찬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햄버거를 앞에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트럼프 대통령 지지영상 번역내용 캡쳐


    한반도 전문가인 켄 고스 美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 또한 ‘자유아시아방송’에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켄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만남’ 발언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향한 것일 수 있다”면서 “향후 더욱 강력한 대북압박을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켄 고스 국장은 “최근에는 김정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보다 트럼프의 의도를 예측하는 게 더 어렵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과 협상을 거의 동시에 언급하고, 북한의 반응을 보면서 대북전략을 교정 중인 과정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고 한다.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은 군사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일단 지켜보면서 미국 또는 한국과의 협상 기회를 살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고 한다.

    존 박 국장과 켄 고스 국장의 지적처럼 中공산당 외교부는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북한 핵문제 해결은 대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켄 고스 국장은 한국 대선 이후 상황에 대한 의견도 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 만난다’는 발언은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와 비용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진보 후보가 집권할 경우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진보 후보가 한국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적극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해 한미 관계 약화를 꾀할 가능성은 높다”고 예측했다고 한다.

    대선을 엿새 앞둔 한국에서는, 소위 ‘진보 대선후보’를 지원하고 싶어 하는 언론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미국과는 다른 공직선거법 때문에 특정 후보 지지를 밝히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사드’에 대한 부정적이고 부정확한 사실, 한미동맹 위기설 등을 내세워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현재 한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는 발언 가운데 ‘명예롭게(Honored)’라는 발언을 제목 또는 핵심 주제인 것처럼 내세워 보도하며 “트럼프 정부가 ‘사드’ 비용을 한국에 부담 지우려는데 이어 북한 문제 해결에서도 한국을 빼놓고 처리하려 한다”는 내용으로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