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영어학 교수 "의미를 듣기 전엔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
  • ▲ ⓒ서울로7017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서울로7017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서울역 고가 차로를 보행길로 개조한 '서울로'가 오는 20일 개장을 앞둔 가운데, 서울로를 상징하는 영문표기 'since 7017'가 어법상 맞지 않고 이해하기가 어려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의 조롱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홍보하는 명칭 '7017'은 1970년에 준공된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구조물이 2017년 17개의 보행길로 연결되는 '보도관광 네트워크'로 바뀐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여기에 since를 추가해 1970년과 2017년 두 번의 의미 있는 탄생을 표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바람과는 달리 이번 명칭에 대해 '저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많다. 명칭을 쉽거나 위트있게 표현하는 방식은 마케팅 기법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since 7017'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학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래로' 라는 뜻을 지닌 since의 의미를 고려할 때 '7017'보다는 '2017'이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장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도 의미를 들으니까 이제야 알겠다"며 "'7017'은 한국 사람이 들어도 무슨 뜻인가 싶을 것 같은데, 더구나 'since 7017'이라는 표기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과거로부터 현재 시점까지를 의미하는 since 뒤에 7017이 붙는다면 7017을 과거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7017년도는) 아직도 너무 먼 미래"라고 말했다.
    'since 7017'와 함께 표기된 'Seoullo'도 '어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로는 '서울'과 길을 의미하는 한자어 '로(路)'의 합성어다. 서울의 보행길을 영어로 설명하기 위해선 'road'의 앞 철자를 사용해 Seoulro가 돼야 맞지만 서울시는 'r'대신 'l'을 사용해 걸어가는 사람의 다리를 형상화 해 명칭을 'Seoullo'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서울로 BI를 제작·공개한 베리준오 소속 오준식 디자이너는 "차량길을 사람길로 변하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언어학 교수는 "중간에 ll를 보행자의 다리로 표현했다는 것을 외국 사람 중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며 "외국인들이 길을 의미하는 '로' 보다는 방향 조사 '~로'라고 알아들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 ▲ 세빛둥둥섬을 'Some Sevit'이라고 표기한 표지판. ⓒ뉴데일리 DB
    ▲ 세빛둥둥섬을 'Some Sevit'이라고 표기한 표지판. ⓒ뉴데일리 DB
    서울시의 영문표기 논란은 앞서 'I seoul U' 와 세빛둥둥섬을 가리키는 'Some Sevit'에서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0월 서울시를 의미하는 브랜드 'HI SEOUL'을 'I seoul U'로 교체하면서 "나와 너가 서울을 중심으로 만나 어우러진다는 공존의 의미"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당시에도 영문법에 맞지 않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탄을 강하게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I seoul U'를 조롱하면서 '가수 아이유가 서울을 점령했다'라는 풍자와 함께 지방부채를 지적한 '아이 인천 유', 내가 너의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의미의 '아이 서울 유' 같은 신조어들도 등장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더 이상 조롱당하며 서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시작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솔직히 부끄럽다"며 "단어들을 억지스럽게 나열해 무슨 뜻인지 헷갈리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에는 서울 반포대교 남쪽 끝 한강변에 설치된 세빛둥둥섬을 'Sevitsum'이나 'Sevit Islet'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약간, 조금, 어떤' 등의 뜻을 가진 'Some'을 발음상 '섬'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Some Sevit'이라고 지칭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명칭을 세빛둥둥섬으로 인도하는 표지판에도 적용해 외국인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