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결례-사드철회 촉구 등 가시적 성과에는 의문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한-중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특사단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청와대는 24일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사드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해찬 중국특사는 설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해찬 특사는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빠른 시일 안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한국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면모를 보며 인간적 신뢰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중국특사단은 사드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에서부터 대통령을 대신해 방문한 우리 특사단이 사실상 '아랫사람' 대우를 받고, 중국이 여전히 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특사단이 외교적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중국은 이해찬 특사를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앉게하거나, 마주보는 자리가 아닌 테이블 옆에 앉게 했다. 이해찬 특사가 앉은 자리는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이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를 접견할 때와 같은 자리다.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 대리로 방중한 이해찬 특사를 홍콩 행정 수반급 대우를 한 것이다.

    지난 22일에는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왕이 외교부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양국관계의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뽑길 바란다"며 사드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중국은 "사드는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위협'으로 실질적 (철회) 조치 없이 한·중 관계는 어렵다"며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강력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대북기조 전환이 불러온 것 아닌가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임명했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서해평화협력지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17주년 △산림협력을 고리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발사 실험을 놓고 국제적으로는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막상 국경을 마주한 우리나라가 이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중국의 사드 철회 압박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사드를 이용해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과 제재강화라는 전략적 선택지마저 지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홍석현 미국 특사, 이해찬 중국 특사, 문희상 일본 특사 등 미중일 특사단의 활동 성과를 보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서를 제가 다봤다. 다들 아주 큰일들 하셨다. 수고 많으셨다"라며 "오랫동안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가 공백 상태에 있었는데 (미중일 특사단이) 오랜 외교 공백을 일거에 다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 자리에서 홍석현 미국특사는 미국에 사드 배치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지시킨 점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 반응 등을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이 역할을 분담해 현안들을 풀어 가면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희상 일본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 때 체결한 위안부합의와 부산 소녀상 등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아울러 양국 셔틀외교 복원에 공감한 것을 방일의 성과로 꼽았으며 아베 일본 총리는 한일 신뢰회복을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문희상 특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