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오·김종찬 증인신문, 2회 연속 새벽 공판 진기록...박 전무, 모호한 답변 일관
  •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국내로 강제 송환돼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정 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학사비리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국내로 강제 송환돼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정 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학사비리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9일과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속개된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등 혐의 20~21차 공판은 2회 연속으로 자정이 넘어서 공판이 종료되는 보기 드문 진기록을 세웠다. 박원오 前 대한승무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한 31일 공판의 경우, 오전 10시 시작돼 다음날 새벽 3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재판부와 변호인단, 특검, 피고인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을 모두 탈진상태에 빠지게 만든 이틀간 공판은,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두 사람의 승마계 인사, 김종찬·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한국 승마계의 막후 실력자로 알려진 박원오 전무는, 국내 승마계의 원로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전체에 걸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로, 독일에서 최씨 모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사실상 최순실의 대리인이자 정유라의 후견인 역할을 해, 이 사건의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꼽혀왔다.

    후두암 수술로 몸이 불편한 박 전무는 16시간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을 통해, 최순실 및 정유라와의 관계, 사실상 최씨의 대리인으로서 삼성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무, 이영국 상무 등과 온오프라인에서 협의를 한 과정과 내용을 증언했다.

    그러나 그의 증언은 중요 대목에서 대부분 ‘본인의 생각’이나 ‘당시의 느낌’을 말하는데 그쳐, 증언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남겼다.

    실제 그는 중요 항목에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런 뜻이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그는 “내가 알기론~~한 것 같다”, “그런 것 같은데 확신한 건 아니다”, “내 생각에는 알고 있었을 것”과 같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도 적지 않게 나왔다.

    예를 들어 그는 ‘이영국 상무나 박상진 사장 등이 정유라 임신 사실 등을 질문한 걸로 봐서, 증인이 (정)유라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유라의 신변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라는 특검의 신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확실하게 상대 심정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박 전무는,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의 컨설팅 계약 체결 당시, 최순실이 계약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체결식이 있었던 호텔 1층에 있다는 사실을 박상진 사장에게 말한 것 같다고 했는데’라는 특검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의 증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건 당연한 상황이 됐다.

    그는 증인신문 도중, 독일에서 최순실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최씨가 몹시 화를 내면서 ‘VIP(박근혜 전 대통령)가 이재용에게 (정유라의) 말을 사 주라고 했지 누가 임대해 주라고 했느냐’는 말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앞서 그가 특검에서 한 진술은 ‘VIP가 말을 사 준다고 했지 언제 임대해 준다고 했느냐’는 것으로, 그의 증언은 마필 구매를 약속한 ‘주체’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박원오 전무는, 최순실의 영향력 즉, 최순실이 박 前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이 사건 공동피고인인 황성수 전무, 박상진 사장에게 알려준 인물로 지목되면서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자신은 피고인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증인신문 내내 최순실과의 관계나 승마협회에서의 위상, 삼성 관계자 및 마사회, 승마협회 관계자 등과 전화 혹은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접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혹시라도 본인의 책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질문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유라가 타는 말의 소유권이 삼성에게 있음을 확인한 최순실이 흥분한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말을 사주기로 했지 언제 임대해주기로 했느냐’며 화를 냈다”는 그의 증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유로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관계,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영향력을 박상진 전 사장이나 황성수 전무 등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그의 진술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박 전무의 증인신문 내용은 이틀 전 나온 김종찬 전무의 증언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출석한 다른 증인의 답변과도 달라, 사건의 전후 사정을 파악해야 하는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법정에 나온 김종찬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한 성격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장애물과 마장마술 등 국내 승마계 전체의 육성 및 발전을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최순실이 욕심을 부리면서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종찬 전무의 증인신문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올림픽 대비 승마발전 중장기 로드맵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박원오 전무가 작성한 중장기 로드맵은 삼성 단독 지원, 삼성과 한국마사회 공동지원 등 그 버전이 6~7개에 이른다. 박 전무는 이를 모두 자신이 직접 작성했으며, 최종본을 삼성 측에 넘겨줬다고 증언했다.

    김종찬 전무는 중장기 로드맵을 박원오에게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문건을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김 전무는 박원오로부터 중장기 로드맵을 받을 당시, 삼성 이영국 상무에게 전달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 건네주지는 않았으며, 박원오가 이메일로 보낸 해외훈련준비안 등의 문건도 삼성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종찬 전무는 이들 문건의 작성 경위와 관련해, 최순실의 지시를 받은 박원오가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종찬 전무는, 박상진 전 사장을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도 일부 소개했다.

    그는 “박 사장을 만난 시기는 2015년 7월이며, 그에게 올림픽 출전 관련 설명을 해 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박원오와의 대화내용이나 컨설팅 계약(코어스포츠)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며, 해외전지훈련 사항은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김종찬 전무는, 박상진 사장과의 면담에서 가장 심도있게 논의된 주제는 ‘정유라 승마지원’이 아니라, ‘아시아 승마협회장 선거 지원’이었다고 밝혔다.

    박원오 전무도, 삼성과 코어스포츠와의 계약 체결 및 그 전후로 이뤄진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 과정이, “전적으로 정유라 한 사람만을 위한 단독 지원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국내 승마선수들이 삼성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특검과 박원오 전무 사이에 오고간 신문 내용 발췌.

    특검 :
    종합하면 삼성은 처음에 박상진이 와서 정유라 포함한 (지원)플랜 짜달라고 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나.

    박원오 :
    올림픽 플랜을 짜되 정유라를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 찾아보라고.

    특검 :
    결국 삼성에서는 정유라 지원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거 아닌가?

    박원오 :
    그렇게 느끼진 않았어. 정유라가 포함된 전체적인 플랜이라고만 느꼈지.

    특검 :
    삼성의 (코어스포츠와의) 컨설팅계약 체결 과정이나, 박상진 사장이 처음 증인을 만나서 플랜 요청하는 과정을 보면, 정유라 지원이 가장 주된 목적이어서 컨설팅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용역 역량은 있는지 그런 거 고려안한 걸로 보이는데, 증인은 그런 생각하지 않았나?

    박원오 :
    전 오히려 선수 5명(정유라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선수)이, 이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고무된 느낌만 있었다.


    박원오 전무의 증인신문 전 과정을 통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의 뚜렷하지 못한 기억과 그에 터잡은 예단과 추측성 답변이 아니라, 당시 삼성의 미래전략실 임원진이 최순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극도로 꺼렸으며, 마필의 소유권을 최순실 혹은 정유라에게 넘기라는 최순실의 요구에도 불응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은 박원오, 김종찬 전무의 증인신문 과정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의 증언이 주목을 받는 까닭은, 그 내용이 특검의 공소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검은 31일 공판이 끝날 무렵 “오늘 증인신문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건, 이재용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전부터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고, 그룹 미래전략실을 동원해 최씨 모녀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특검은 “오늘도 나왔지만 박원오가 최순실로부터 삼성이 승마지원을 할 것이란 말을 처음 들은 건 7월19에서 20일 사이”라며,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최순실이 증인에게 ‘박상진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한 말이나, 이영국이 정유라의 훈련과정을 지켜보길 원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특검은 “박원오 전무의 증언은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그의 진술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물증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원오 전무 증인신문에 대한 특검의 종합의견.

    “박원오 진술은 박상진 피고인과 대척점에 있다. 박원오 진술은 기억에 의존한 게 아니라 물증을 가지고 문자 이메일 등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된 것이며, 증언이 물증과 일치하고 진술이 일관되기 때문에 그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

    특검은 박원오 전무의 진술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공판 과정 전체에 걸쳐 나온 그의 진술을 분석해 보면, 특검의 평가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특검의 말처럼 삼성 측이 ‘이재용 박근혜’ 독대 이전부터 최순실의 존재와 그 영향력을 인지하고, 이를 이용하고자 했다면, 박원오·김종찬 전무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일련의 사실들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거나 설명하기 힘들다.

    ①삼성이 최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박원오 전무와 코어스포츠에 분기별로 지급할 지원금액을 놓고 감액협상을 한 사실,

    ②정유라가 사용한 마필의 소유권이 삼성에게 있음을 계약서와 그 부속서류를 통해 명확하게 기재하고, 최순실 측의 수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실,

    ③삼성이 마필 소유권을 확보한 사실을 알고 분노한 최순실이 박상진 사장의 독일행을 요구했으나, 박 사장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부한 사실,

    ④박상진 사장이 박원오에게 올림픽 승마지원과 관계된 내용은 황성수 전무와 상의하라며 깊이 있는 대화를 꺼린 사실,

    ⑤박상진 사장이 박원오와의 만남에서 주문한 사항은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 지원이었으며, 최씨 모녀의 근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등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혹은 최순실의 영향력을 미리 알았다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검의 말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순환출자고리 해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그룹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 모녀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면, 박상진 사장이나 황성수 전무, 이영국 상무 등 삼성 임원진이 최순실에 대한 지원에 이처럼 깐깐한 모습을 보인 사실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변호인단의 기존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앞서 변호인단은 4월13일 열린 이 사건 2회 공판과정에서, 황성수 전무 등이 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안 뒤, 부득이 최씨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상진 사장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최순실과의 만남을 회피하고, 그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삼성이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일찍부터 인지하고, 최씨 측에 ’정유라 승마지원‘을 비롯한 뇌물을 줬다’는 특검 측 공소사실은 근거가 빈약한 억측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박상진 사장의 조서를 보면, (최순실에 대한) 지원기간과 (지원금액의) 총액을 줄이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뇌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 4월13일 2회 공판기일, 변호인단 변론 중 일부.

    당시 변호인단은 언론에 보도된 명마 블라디미르의 소유권은 물론이고 마필 관리에 필요한 차량의 소유권도 삼성에게 있었고, 그 권리를 최순실이나 정유라 측에 넘겨준 사실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특검 측의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박원오 등과 직접 대면한 황성수 피고인의 진술조서를 인용하면서, 황성수 전무가 최순실에게 끌려다니면서 적지 않은 고충을 겪었다고 밝혔다.

    “(황성수)피고인의 진술조서를 보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최순실에게 끌려가면서 제가 해야 할 것을 다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황성수 전무가) 최순실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내용은 사실상 일치한다. 지난번 설명드렸듯 계약 체결 이후 최순실에게 끌려 다닌 정황도 나온다.

    (최순실의) 요구 때문에 추가로 승마선수 선발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지원 프로그램이 정유라에게만 집중되는 결과가 나온 점, 삼성이 최에게 지원하면서 (용역계약을 체결한 코어스포츠에게) 정산요구도 하지 못한 점, 코어스포츠 인력 운영에도 관여 못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점, 삼성이 결국 최순실에게 끌려간 정황, 16년 이후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협의하면서 밀고 당기기 하면서 일정 부분 (금전을) 주기로 했다가 이행 하지 않은 사실도 알 수 있다.“

    - 2회 공판기일, 변호인단 변론.


    변호인단은 이 사건 1회 공판기일에서도 “(삼성은) 최순실과 밀당을 하면서도 2016년 8월 이후에는 전혀 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최서원(최순실) 측은 온갖 요구와 위협을 하면서 돈을 내놓으라는 입장이었고, 박상진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피해 다니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위와 같은 내용은 31일 증인석에 앉은 박원오 전무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31일 박원오 전무에 대한 특검의 증인신문 내용 요약. 본 기사에서 이미 소개한 내용은 제외하고 정리.

    특검 :
    증인은 특검에서 김종찬 통해 박상진 등에게 올림픽 중장기 로드맵 플랜 보고했는데, 예산을 320억원으로 하다 보니 삼성에서 난색 표하며 다른 방안 만들어 보라고 했다는데. 김종찬이 박상진 등에게 보고를 했는데 이게 예산이 쎄다, ‘다시 만들어봐라’ 이렇게 말했다는 건가?

    박원오 :
    보고하니까 쎄다고, (삼성 단독 지원이 아닌) 마사회 협업 구성 그런 것도 얘기하고.

    (중략)

    특검 :
    최순실이 한국으로 간 직후에 연락이 왔다. 박상진이 정유라 승마지원 위해 연락할거니까 만나라고 했지?

    박원오 :
    박상진이라는 실명은 말 안했고, 승마협회 회장이 연락할 거니까 만나보든 연락취하라고 했어. 정유라라는 말도 안했다. 승마지원 때문이라고만 했다.

    특검 :
    최씨는 삼성이 정유라 지원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방법을 메일로 보내라고 했지?

    박원오 :
    맞다.

    특검 : 최씨가 승마협회 관련된 문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통이 그 얘기를 이재용 독대 때 얘기한 걸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 대해 들은 거 없나?

    박원오 :
    그런 건 없다.

    특검 :
    최씨로부터 박상진이 연락할거란 말 들었는데, 이후 박상진이아니라 이영국이 연락왔지?

    박원오 :
    맞다.

    특검 :
    그 후에 이영국이 연락해서 내가 박상진을 모시고 독일로 직접 갈테니, 유라 말타는 거 보고, 컨설팅 회사사람이랑 미팅 가능하냐고 말했지?

    박원오 :
    맞다.

    특검 : 이영국에게 갑작스러워 당황스럽다. 그러지 말고 여기서 프랑크푸르트까지 한시간정도 거리니까, 시간 장소 알려주면 거기서 만나자고 했지?

    박원오 :
    맞다.

    (중략)

    특검 :
    7월29일 프랑크 강가 근처 식당에서 박상진 만났지?
    박상진은 승마종목 올림픽까지 지원할거니 정유라 포함한 계획 말해 달라 했지?
    박상진은 구체적 내용은 황성수랑 상의하라 하며 그 자리서 전화해 다음날 들어오라고 했지?

    박원오 :
    그 즉시인지는 모르겠는데 전화해서 오라고는 했다.

    특검 :
    박상진에게 최씨와 통 관계에 대해 얘기한 적 있는가?

    박원오 : 기억으로는 없다.

    특검 :
    박상진은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 얘기하면서 동남아 대표작업 도와달라고 했지? 그래서 인도네시아랑 일본은 도와주겠다고 했지?

    박원오 :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특검 :
    정유라 포함시킨 계획 만들어 달라면서 자기한테 얘기하지 말고 황성수랑 하라는 등 깊숙이 개입하는 거 꺼려했나?

    박원오 :
    단순하게 말했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려고 하니까 황성수와 구체적으로 상의하라고 해서 일단락됐다.

    특검 :
    박상진이 계획 만들어달라는 요청, 아시아승마협회 관한 언급, 또 다른 거 있나?

    박원오 :
    각 나라의 (승마협회) 임원이나 회장들, 아시아 연맹 회장들에 대한 문의 있었다.

    특검 : 8월26일 체결한 계약을 보면 도쿄올림픽까지가 아니라 계약기간이 그 이전인 18년 12월31일까지로 돼 있다. 왜 이렇게 만들었나?

    박원오 : 박상진하고 얘기하면서, 예산 얼마나 드는지 얘기 하길래 많이 든다고 했더니, 나눠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중략)

    특검 : 결국 삼성에서는 정유라 지원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거 아닌가?

    박원오 : 그렇게 느끼진 않았다. 정유라가 포함된 전체적인 플랜이라고만 느꼈다. 정유라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됐다고는 생각했지만 목적은 (전체)선수들 위해서라고 이해했다.

    특검 :
    (정유라가 탄 말) 살시도를 10월경 구입햇고, 11월경에 마주(馬主)란에 삼성으로 기재한 것에 대해, 최순실이 화를 낸 적 있나?

    박원오 :
    황성수는 마필이 삼성거니까, 한국의 부동산 같이 명의를 확실히 삼성으로 만들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 그 답변 일환으로 ‘세계승마연맹에서 만든 마필여권이 있는데, 거기 마주 이름에 삼성이라고 기재하면 된다. 더 확실히 하려면 코어와 마필 위탁관리 계약서를 쓰라‘고 자문을 했다.
    그래서 황성수가 위탁관리계약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나는 폼을 만들어서 보내줬다. 그걸 최에게 전달했는데, 최가 생각할 때는 왜 말을 함부로 했냐는 식으로 화를 내서 나와 다퉜다.  

    특검 : 증인이 황성수에 보낸 메일을 보면 ‘마필 위탁관리 계약서’가 있다. 이걸 황성수에 보낸 건 살시도를 정유라가 빌려 타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

    박원오 :
    계약이 원래 삼성 마필이니까, 황성수는 확실하게 자기 회사 말로 하려고 그런 걸로 알아.

    특검 : 최가 마필 위탁계약서를 보여줬을 때 화를 냈나?

    박원오 : 그 전에 삼성이라고 패스포트에 쓴걸 보고 화가 난 상태였는데, 내가 위탁계약서를 보내니까 더 화가 난 걸로 알아.

    (중략)

    특검 :
    당시 최는 증인에게 흥분하면서 박상진에게 연락해서 독일로 들어오라고 말했지? 증인은 어떻게 했나?

    박원오 :
    황성수에게 전화해서 일이 심각하게 됐다. 박상진 들어오란다고 연락했다. 그랬더니 박상진이 전화를 해서 말하길 ‘내가  바쁜 사람인데 오라 가라해서 갈사람 아니고 일정이 있으니, 조정해서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전화 끊었다.


    변호인단은 “박원오는 검사가 말한 것처럼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 프로그램 및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에 관여한 핵심 증인”이라면서도, 그의 증언이 공소사실을 입증한다는 특검 측 의견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변호인단은 삼성 임원진이 정유라의 임신 여부를 박원오 전무에게 물어본 사실은 있지만, 그건 이미 본인이 SNS를 통해 임신 사실 등을 공개한 뒤였고,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한번 물어본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만약 특검이 말한 것처럼, 삼성 측이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미리 알았다면, 최순실 모녀의 근황이나 정유라의 임신 사실 등을 가볍게 지나가는 식으로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다.

    변호인단은, 삼성의 올림픽 승마지원 계획은 국내 승마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박원오 전무도 ‘삼성이 (승마선수 6명에 대한)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컸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박원오 전무가 자신의 관여도는 철저히 약하게 말하고 있다”며, “그의 말이 진실일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고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성격을 “박원오 전무가 올림픽 승마지원을 끌어내려는 욕심, 개인적 지원을 받으려는 최순실의 욕심이 결합해서 결국은 청와대를 움직였고, 삼성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 실체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변호인단의 설명은, 최순실과 박원오 전무의 개인적인 욕심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박 전 대통령이 독대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호되게 질책하는 등 압박을 가해, 삼성이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에 나서게끔 강제했다는 논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공판 마지막 김진동 부장판사는 직접 신문에 나서 ‘최순실도 처음엔 정유라를 포함한 국내 승마선수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진행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박 전무는 이 질문에 “처음엔 그랬다고 믿는다”며, 그 근거로 “(최순실이) 항상 그렇게 말하고 다녔고, 자기가 장애물 선수를 추천하기도 했으며,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동 부장은 “증인의 시각이 궁금해서 그렇다”며, 박 전무가 삼성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박원오 전무는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이 사업을 시작한거 같고, 사업을 하다가 현재까지 온 거 같다”고 했다.

    박 전무는 ‘그 어떤 사람이 김종 차관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내가 볼 때는 김종 차관의 부탁을 받은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