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나체 차림 논란, '동성애 반대' 맞불집회 곳곳에서 열려생식기 모양 본뜬 성인 물품, 부스에서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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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퀴어문화축제'가 15일 오전 11시부터 일부 종교단체들의 강한 반발 속에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전날 '퀴어 야행(夜行), 한여름 밤의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개막식을 가진 후 15일 오전부터 공식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장소는 서울시청 광장이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참가자들이 광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남녀 구분없이 대부분 독특하고 짙은 화장을 한 참가자들이 다수였다. 상당수가 20대 초반의 연령대로 보이는 앳된 외모였다.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행사는 11시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서울광장에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인권연대, 민노총, 민변, 영국 등 13개국 대사관 등이 마련한 101개 부스가 설치됐다.

    부스는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의 기념품 판매와 후원금 모집이 주를 이뤘다. 국내 정부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부터 참가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인권위는 인권 홍보 전단을 포함,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게시판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불교계 성소수자 모임인 불반(불교이반모임)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설치 부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이 참가했다.

    서울의 한 대학 성소수자 부스에서는 '성소수자 혐오'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광장 맞은 편 기독교 단체 등의 항의성 찬송가에 맞춰 보란 듯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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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시각 다른 장소,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서울광장을 에워싼 펜스를 경계로 안팎 풍경은 사뭇 달라 보였다.

    펜스 주위로 동성애대책협의회, 대한민국살리기애국시민행동, 예수축제조직위원회 등 각종 단체들은 "동성애는 나라를 망친다", "청소년 에이즈가 급증하는데 개돼지만도 못한 XXXX가 왠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리에 태극기띠를 두르고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나를 낳았어요"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청 인근 도심에는 '동성애 조장하는 문재인은 문제인(問題人)이며 청와대는 적와대(赤瓦臺)' , '박원순 시장님, 20살 내 아들 철없이 동성애하다 에이즈 걸려 죽을 힘 다해 끊으려는데 서울광장서 백주대낮에 벌거벗고 축제라뇨' 등 항의성 현수막과 피켓이 곳곳에 내걸렸다.

    오후 4시 예정된 퀴어 퍼레이드를 위해 사전준비된 트럭 9대 대열 앞에는 '동성애대책협의회'가 무대를 차리고 찬송가와 십자가로 "동성애를 보호하는 국가인권위가 원흉이다"라며 퀴어축제에 공식 참여한 국가인권위를 비판했다.

    동성결혼과 관련된 문구들도 줄곧 눈에 띄었다. '동성결혼 허용하려는 헌법 제36조개정 결사반대',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교체해 가정파괴를 조장말라' 등 비판적 현수막은 시청을 한참 벗어난 광화문에서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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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12시 30분, 또 다시 등장한 낯뜨거운 성인물품

    서울시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를 허가했다. 지난 2년 간 축제의 관리감독 부실과 규정 위반 등으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아 공공시설 관리책임을 묻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2015년 여성성기를 가리키는 '보X 쿠키', 2016년 남성성기를 형상화한 양초의 등장으로 인해 퀴어축제는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광장에서 기금조성 목적이 아닌 영리목적의 판매 자제를 당부한다"는 조직위 측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광장 이용시 준수사항에 따르면 광장에서 모금을 하거나 영리목적의 물품판매, 음란물 전시 행위 등이 금지돼 있다. 서울시 청사운영팀장은 본 행사에 앞서 "10여명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광장이용 준수사항 이행여부를 체크할 것"이라고 공지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부스 곳곳에서는 남녀 성기모양을 본뜬 각종 성인용품을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고, 광장 내에는 퀴어축제위의 계좌번호가 적힌 홍보책자와 후원함이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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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2시, 눈살 찌푸리게 하는 문구·복장 줄줄이 등장

    자극적인 분장과 화장, 헤어 악세서리와 여성 원피스 복장 차림을 한 남성은 'ON SALE, XXXX 파트너 구함(콘돔 必)'이라는 문구가 적힌 목걸이를 두르고 광장 내부를 활보했다.

    행사 부스 일부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며 동성애 관련 물품을 홍보하기도 했으나, 광장 내 그 어디에서도 '에이즈' 등 위험한 성병과 관련한 경고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동성결혼 합법화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처방'이라는 주장의 홍보 문구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처방에 취약한 성적소수자들의 건강보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시각 대한문 앞에서는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돌아오라, 돌아서라, 돌아가자" 문구 아래 동성애로 인한 에이즈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선민네트워크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탈동성애 인권 홀리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들은 '에이즈-동성애'의 상관관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성적취향으로 감염된 에이즈에 대한 비용을 국민들에게 부담지우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이즈 치료비의 100%를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90%, 보건복지부 5%, 지자체 5%의 비율로 에이즈 보균자 1인에 대한 치료비는 연 3,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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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반대 대회에서는 기독교단체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옹호 조장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2001년 동성애를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한 국가인권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군대 내 성추행 사건 등을 언급,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국회의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퀴어축제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무대에 올라 '동성애 합법화'를 약속했다.

    국가인권위는 1999년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했다. 2003년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단 사유에서 제외시켰으며, 2010년 군형법 폐지 지지하는 등 동성애 옹호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 퀴어축제에 등장한 '사드(THAAD) 반대'

    이날 퀴어축제에서는 '동성애'와는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선전적 문구들이 내걸렸다.

    '왜 저의 사랑은 죄가 되나요'라는 제목의 동성애 옹호 포스터 의 한켠에는 동성애 처벌 규정인 '군형법 92조6'이 폐기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포스터를 뒤집자 '이석기 사건은 박근혜 정권이 눈엣가시였던 통진당 해산을 노리고 조작한 사건'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측의 주장이 실려 있었다.

    광장 한켠에서는 노동자연대 주최의 '맑시즘 2017' 강연 홍보전단이 배포됐다. 마르크스포럼과 퀴어축제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주최 측은 "맑시즘 강연에서 성소수자 관련 주제 워크숍도 열린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해당 강연의 일정표를 확인해 본 결과, 총 61개의 강연 중 성소수자 관련 강연은 단 2개에 불과했다. 이뿐 아니라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미국 사드 필요없다' 등의 문구가 담긴 사드배치반대,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세월호, 4대강 현장고발, 5.18 광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을 홍보하는 팜플랫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퀴어축제현장에서 해당 팜플렛을 손에 쥐고 있던 한 20대 여성에게 "이 전단물들을 어디에서 받았느냐"고 묻자, 해당 여성은 "그냥 지나오다 보니 여기저기서 받았는데 정확히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 모(55, 남)씨는 "버스가 우회하고 교통이 막히더니 오늘 이 집회 때문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은 후 "동성애도 문제지만 이런 현장에 반미-친북 유인물이 나도는 것이 진짜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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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4시, 퀴어축제 하이라이트 '퍼레이드'

    이날 오후 4시부터는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덮힌 차량 9대가 도심을 행진했다. 퍼레이드 차량 위에는 각양각색 분장과 의상으로 치장한 참가자들이 올라타 음악에 맞춰 자신들을 향해 환호를 보내는 참가자들을 향해 몸을 흔들었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사거리~종로2가~회현사거리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된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반나체 차림으로 차량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퀴어 참가자들을 바라보던 대부분의 시민들은 따가운 눈초리로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2, 여)씨는 "뭐가 이렇게 시끄럽나해서 내다봤더니 난생 처음보는 광경"이라며 "내가 요즘 세대와 달라서 그런지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퍼레이드 중간 종교단체 참가자 몇명이 퀴어 측을 향해 "그짓하다가 지옥 간다"고 호통치듯 외치자 일부 퀴어참가자들은 "예, 너나 가세요"라고 맞받아치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도심 전체에 배치돼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오후 4시부터 5시 50분까지 이어진 퀴어 퍼레이드로 인해 을지로 일대는 교통이 마비됐다. 보행로 곳곳은 차단됐고 시민들은 우회로를 이용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는 행진 마무리를 기념한 축하무대가 시청광장 앞 무대에서 이어졌다. 9시에는 이태원 메인파티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