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후속책 발표도 논란, "현실 무시한 결정... 포퓰리즘 아닌가"
  •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된 모습. ⓒ뉴시스
    ▲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된 모습.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1년 만에 두자릿수 인상한 7,530원으로 확정한 것을 놓고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은 환영을, 야권은 규정속도 위반을 각각 주장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제 공약이던 '2020년 1만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권 성향의 야당인 정의당도 민주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16.4%라는 큰 인상률을 나타냈지만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염원인 시간당 만원이라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 특히 올해 서울시와 경기도가 정한 생활임금이 각각 8,197원 7,910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에 결정된 7,530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혜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빠른 시간 내 만원으로의 인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말했다.

    반면,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벌써부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는 2% 상승하는데 최저임금은 16.4%가 오르니 기가찰 노릇"이라며 "실제 편의점 업주들은 '시급 1만원이면 가게를 접고 알바를 뛰겠다'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자영업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문제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5년간 5~7%오르던 인상률이 갑자기 16.4% 오르고 이러한 추세로 3년간 54% 인상해 1만원을 달성한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줄줄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추진하길 바란다"고 재차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한국당과 맥을 같이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는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한 첫 걸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부담 증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책은 전혀 발표되지 않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야권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소기업·자영업계의 볼멘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15조원에 달하는 추가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재계와 이와 연관된 단체들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후속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수정안으로 사용자 측에서는 7,300원을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7,530원을 제시해 표결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7,530원으로 정해졌다.

    재계는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인건비 부담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도 최저 임금이 확정된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는 1,060원이나 오른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으로 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인 23.6%로 확대되며, 462만 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게 됐다"며 "최저임금 근로자의 84.5%가 근무하는 중소·영세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이 큰 중소기업계 역시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은 고려치 않은 결정이라며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5일 내년도 최저임금 확정 이후 입장발표를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따라 2018년 기업의 추가부담액은 1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세기업들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범법자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개선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산업범위의 확대 업종별 차등적용 등 불합리한 현행제도 개선을 통해 급증한 최저임금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정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정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5년 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7.4%를 웃도는 추가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중 규모(30인 미만)와 부담능력을 감안,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자를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고 인건비와 사회부담료 부담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대책'에 따르면 직접 지원자금은 재정지원 3조원을 포함해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진흥기금 규모를 현재 2조원에서 4조원으로 늘리고 지역신보 보증지원을 현재 18조원에서 2022년까지 23조원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아파트 경비 등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유지시 사업자에 대한 고용연장지원금을 확대해 2020년까지 지원한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연계해 사회보험료인 두루누리 사업의 지원소득기준(현 140만원)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영세 중소가맹점은 우대수수료 적용을 확대해 영세는 0.8%, 중소가맹점은 1.3%까지 확대해 즉시 적용키로 했다.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은 2018년 12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대책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따른 구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없이 최저임금을 16%나 올려 놓고 4조원 이상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어떻게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며 "제대로 된 지원방안이 아닌 물타기식 대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건비가 올라가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라며 "최저임금만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고 물가 폭등에 공무원들만 살기 더 좋아지는 포퓰리즘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