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581원 지원해줘도 479원은 사업주 부담 '폭탄 수준'
  • ▲ 서울 시내에 소재한 한 편의점 전경. ⓒ뉴데일리
    ▲ 서울 시내에 소재한 한 편의점 전경. ⓒ뉴데일리

     

    매출도 안 나오는데 최저시급까지 올라서 정말 속상합니다.” (편의점 점주 김모씨)

    정부가 지원한다지만 여전히 임금 인상분의 일정 부분은 점주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안갯속입니다.” (편의점 점주 김모씨)

    16일 오전 10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편의점(33)을 찾았다.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가 오른 7,530원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영세사업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1,060)에서 581(9%)을 지원하고, 영세업자가 나머지 479(7.4%)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짐을 덜기보다는 더 얹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편의점 점주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총 4명의 고객을 상대했다. 6분에 외제 담배 두 값(9,000), 15분에 탄산음료 한 캔(1,400), 37분에 국산 담배 한값(4,500), 38분에 외제 담배 한 보루(45,000)를 판매한 것이 전부였다. “어서오세요인사를 네 번 했을 뿐인데 한 시간이 지나간 셈이다. 음료수, 도시락에 비해 마진율이 절반 이상 낮은 담배가 인기 상품이었다.

    점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사도 안 되는데 담배나 태우러 나갑시다.매장 밖, 파라솔 테이블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점주의 설명에 따르면, 담배 이익률은 10%. 여기서 본사가 배분율 40%를 가져간다. 손님이 카드를 제시할 경우 수수료 2.5%까지 더해야 한다. 담배 값 4,500원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점주가 가져가는 순이익은 1갑당 180원 정도다.

    이에 대해 점주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소상공인 지원책으로 카드 수수료율(0.8%)을 낮춰준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 16.4% 7.4%는 여전히 영세 자영업자의 몫으로 남아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경영상 제반 비용 부담 완화 등 4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심리가 감돌고 있는 셈이었다.

    프레시푸드 코너에는 삼각김밥 1개만이 진열돼 있었다. 도시락은 다 팔리고 없었다. “특정 상품은 잘 팔리는 모양이네요라는 말을 듣고 점주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품이 잘 팔려서가 아니라 안 팔리기 때문에 발주를 적게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번은 30L 봉투에 폐기물을 가득 담는 일도 있었다.작년 8월에는 한 달 기준 85만원 상당의 폐기물이 나왔다며 점포시스템의 정산내역서도 보여줬다.

    점주는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쇼핑거리나 문화 공간, 웨딩홀 등 근처에 있는 편의점은 장사가 잘 될 것이라면서 여기 편의점은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주말에는 파리만 날린다고 했다. 평일에 비해 매출액이 절반가량 뚝 떨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휴일에는 정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유진투자증권이 유통업체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다른 점주들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액은 전년대비 9.3% 증가했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오히려 3.5%로 감소했다. 전년 동기대비 2월은 -3.5%, 3-1.9%, 4-2.4% 등이었다. 3개월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다.

    오전 1030분쯤, 센터물류 기사가 발주한 상품을 내려주고 갔다. 공산품 박스 1개와 얼음이 들어있는 종이 4박스를 받았다. 점주는 편의점 창고 안에 있는 냉동고에 얼음을 차곡차곡 넣었다. 보통 창고정리 작업의 경우 손님이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에 계산대를 오고 가면서 일을 한다.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에는 한 시간 꼴로 손님이 2~3명 정도가 왔기 때문에 5분도 안 걸려 작업을 끝냈다.

    앞서 점주와 흐름이 끊기지 않고 담배 이익률에 대해 10분간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점주는 자정이 넘어가면 한 시간에 한 명도 안 올 때도 있다. 정말 일하기 편하다면서 이런 이유로 알바생들이 장기근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2년 넘게 일했던 정 모(31) 씨는 매출액이 잘 나오는 편의점에서 최저시급을 챙겨주지 않는다면 곧바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겠다면서 하지만 여기 편의점은 오랫동안 다녀봐서 내부 사정을 잘 안다. 만약 내년에도 현재의 최저시급을 준다고 해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산시스템에서 매출액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점주로부터 받았다.

    결국 점주는 폐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 씨처럼 알바생이 더 적은 시급을 받고 근무할 의향이 있더라도 못 할 경우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점주는 장사를 접을 것이라는 말을 가족들에게 귀가 닳도록 말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최저시급 7,350원이 발표된 직후에는 점점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정말...”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5년 이상 영업한 편의점은 전체의 41.5% 수준에 불과했다. 운영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는 곳은 전체의 32.7%에 달했다.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8,000명이다. 반면 같은 해 기준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9,000명으로, 매일 2,000명꼴로 사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도 같은 편의점을 찾았었다. 16 040분쯤이었다. 매장 안이 어두컴컴했다. 포스기 화면도 꺼져 있었다. 알바생이 바깥에 진열해 둔 상품을 매장 안으로 옮기면서 지금은 마감 시간”이라며 내일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이곳 편의점은 지난 20164월부터 새벽 1시에 문을 닫는다. 매출 현황 등 내용증명을 가맹본부에게 제출하고 허가 받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따르면 20152월 기준으로 심야영업(오전1~6)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은 A 편의점 18.4%, B 편의점 2.9%, C 편의점 1.3%, D 편의점 9.3%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장사가 안 되서 야간에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는 편의점 비중을 보여 준다.

    2015년도만 해도 가게 사정이 이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인근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손님을 뺏기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새벽까지도 영업을 했는데 경영환경이 급격이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영업시간을 단축하게 됐다.점주의 말을 듣고 근처의 편의점을 확인해봤다. 도보로 5분 안에 갈 수 있는 반경 300m 안에는 편의점이 총 6개가 위치해 있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0914,000곳이었지만 2014년에는 26,0002016년에는 34,000곳에 달했다. 인구 대비 점포 수도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높았다. 한국 편의점 밀도는 1,777명 당 1(2015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기준)로 일본의 2,374명 당 1(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기준)를 넘어섰다. 업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점주는 오후 근무자(오후 1~8)가 오기 전에 바닥을 쓸고 쓰레기통을 비웠다. 컵라면 국물 통 깔대기에는 라면 건더기 하나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그래도 다시 통을 흔들어 본 뒤 국물도 들어있지 않을 걸 확인하고 제자리에 갖다 놨다. 점주의 텅 빈 마음 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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