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바른사회시민회의, 보수 가치 재정립 2차 토론회
  • ▲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를 주제로 보수가치 재정립 연속토론회를 열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를 주제로 보수가치 재정립 연속토론회를 열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수궤멸론에 앞서 보수의 이념·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보수가치 재정립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3일 1차 토론회에 이어 보수의 가치와 현(現) 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는 탄핵 사태와 웰빙 정치로 인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보수진영의 대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여의도연구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매달 보수학계와 언론,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토론회를 월 1회 이상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반년 이상 토론회를 진행한 뒤, 나온 결과를 토대로 '보수주의 선언문'을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004년 영국의 마이클 하워드 전 영국 보수당 대표가 '보수주의자의 신념'을 발표한 것을 벤치마킹 한 셈이다.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김대식 여의도연구원 원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안상수 의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박형준 동아대 교수, 나성린 한양대 특훈교수,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윤창현 교수는 "진보는 분열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했는데, 이번엔 보수가 분열 이미지까지 뒤집어쓰면서 상당히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며 "시련을 딛고 올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자리"라고 토론에 앞서 방향을 제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면축사에서 "한국당은 가치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체질로 변질됐고, 이젠 어디가서 보수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보수 이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 국민이 보기에 한국당은 실패한 기득권 세력일 뿐"이라며 "보수는 수구, 웰빙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깨뜨려야 한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 ▲ 18일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주최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토론회에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8일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주최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토론회에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수, 변해야 산다… "반공은 버리고 전체주의는 경계하라"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가장 먼저 "공천파동, 국정농단, 대선참패를 겪으면서 대통령을 지키고 책임을 갖춰야 될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책임을 졌느냐"며 한국당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정치인 아닌 회사원이 됐다"며 "결국 노선·체질을 바꿔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보수 이념과 가치에 반공·국가주의·엘리트주의·교조주의는 버리고 정치적 자유주의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공(反共)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한 박형준 교수는 그럼에도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박 교수는 "반공에 머무르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반전체주의를 헌법가치로 세우고 보수가치를 재정립한다면 진보가 갖고 있는 여러 평등주의·전체주의 요소에 대한 비판적 지점들이 생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향후 청년들이 받게 될 '촛불고지서'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나 교수는 "좌파세력들의 기획된 촛불잔치로 인해 준비없이 운좋게 집권해 인기영합책을 펼치는 좌파정부는 실패에 대해 결코 책임지지 않을 것이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에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복지지출은 급격 증가하는 반면,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나성린 교수는 '개혁적 중도우파정당의 재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 방안으로 "국회의원 월급 10% 이상 기부, 천막 당사, 자유주의에서의 인권 강조 , 젊은 지도자 발굴, 전향한 운동권 인사영입, 문화세력 우군화, 보수정당 통합 등을 제시했다.

  • ▲ 18일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주최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토론회에 참석한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8일 여의도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주최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토론회에 참석한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보수 좌클릭 해야" vs "정체성 버리는 기회주의"

    토론자로 나선 양승함 교수는 "현재의 한국 보수는 더 중도로 가야 한다"며 앞서 '촛불고지서'를 경계한 나성린 교수와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양승함 교수는 "과거 정부는 옛 산업화시대로 돌아가려는 듯한 국가주의를 추구했으며 이를 옹호하는 자유한국당은 극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보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사태 과정에서 열린 대대적인 태극기집회와 관련, "모두가 탄핵반대를 외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촛불집회로 인해서 나라가 거대하게 움직일 때 산업화세대가 나름대로 자신들의 업적을 생각해서 나온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어설픈 중도는 보수를 죽인다"는 말로 즉각 반박을 펼쳤다.

    "모두가 왼쪽으로 가다보니 자유한국당이 맨 오른쪽에 서게 됐다. 그렇다고 극우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정의당을 향해 극좌라고 하면 당장 명예훼손 소송이 들어올 것이다." 양승함 교수의 '극우' 표현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셈이다.

    오형규 논설위원은 "유권자를 추종하는 식의 보수가치를 내세운다면 향후 집권은 꿈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보수정당을 향해 경고했다. "이념도 중심도 없는 상태에서 변화를 말하는 것은 기회주의"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자유주의·시장경제라는 헌법가치를 앞세워 공권력과 법치를 일으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잘나가는 아버지(한국당)에 대한 콤플렉스 있어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친박·비박 등 보수정당 통합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친박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송평인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자기 기반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친박 이전에 친노·친이도 있었는데 친박은 오히려 계파보다는 호남처럼 지역주의적 문제로 봐야 된다"고 했다.

    바른정당을 향해서는 "남경필, 김세연 의원 등이 국회선진화법에 앞장섰는데 민주주의는 협치가 아닌 '과반의 지배'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서구 의원내각제에서 협치를 하는 것은 혼자 힘으로 과반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탄핵 정국에서 최소한의 게이트키핑도 거치지 않은 의도적인 왜곡 보도가 쏟아졌고, 국회 탄핵소추에서 수사도 되지 않은 뇌물죄가 소추사안에 들어가는데도 겉멋만 들어 눈치만 보는 보수가 거기에 찬성했다"며 보수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서는 역사와 철학에서 보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보수재건을 위한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당시 발제를 맡은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보수주의는 역사와 전통이 귀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지만 변화에 대해 거부하지 않고 어떤 때는 선도적으로 당을 변화했다"며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지만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향 교수는 "보수주의가 바라보는 사회는 유기체로 어떤 사람은 머리를 하고, 어떤 사람은 발을 하는 등 위계질서의 차이가 있지만 둘다 소중하다는 것이 보수이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세기 중후반 영국 보수당을 이끌었던 디즈레일리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하고 유권자들을 보수당으로 끌어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고 정부의 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을 믿는, 집단의 힘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고 다양성, 자율성 선택을 중시하는 우파의 가치가 토론회를 통해 바로 정립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