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 정책토론회, 기아차 3조원 부담위기에 5,300곳 협력업체 연쇄 타격 우려
  •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과 판결 이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과 판결 이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제조업계가 이달 말 1심 선고를 앞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협소하게 적용하면 기아차가 소급임금 3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인 2조 4,615억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협력업체 5,300곳도 연쇄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임금 분쟁이 가속화될 경우 수십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치뤄야 하고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해외 공장이전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임금 논란은 기본적으로 호봉형과 높은 상여금 비중이라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임금체계에서 기인한다고 분석도 나온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난제들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21일 전문가를 초청해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사항들을 짚어보고 기아차 판결 이후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과 판결 이후 과제’ 토론회(바른사회 회의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피용자 보수가 2.0%로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1.3%p 상승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연 경제성장률은 0.13%p 하락한다”고 말했다.

    “정기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가 커질수록 경제성장률이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기성 교수는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한 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매년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해 국내총생산은 △2016년 2조262억 △2017년 4조1,632억원 △2018년 6조4,155억원 △2019년 8조7,880억원 △2020년 11조2,855억원 각각 감소한다.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32조6,784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원의 사후적 개입은 노동시장의 불균형만 초래하고 실업을 발생하는 등 경제적 손실을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안정적 노사관계 및 실업 등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勞使) 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맺을 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이를(신의칙)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도 나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의 통상임금 개념이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에서 ‘정기적’이라는 표현 대신 한 달 간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으로 '1임금산정기간'(1개월)이라는 정기성과 통상임금의 제외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된 분쟁은 여전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 이전에 정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상임금의 기준을 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시했다면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 했다.

    대법원의 금아리무진(2013.3.29.) 판결 전만 해도 산업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시행령의 ‘통상임금 정의 규정’과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노사가 신뢰하고, 이를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으로 삼아 운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분기별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소송이 급증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200여개 기업들이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이 개입하지 않고 ‘노사자치’를 통해서 통상임금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원이 노동시장에 개입을 해서 논란이 심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노사 간 합의한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 노동부의 행정지도도 모두 무시해버린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을 만들면서 기존의 관행과 행정부의 지도 등과 엇박자를 내면서 경제주체들 간의 분쟁이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대법원은 2013년 갑을오토텍 판결 때 추가 임금 청구 시 기업이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에 노사합의 즉 ‘신의칙’을 지켜야 하는 경우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갈리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계류 중인 주요 사건 중 1심과 2심 판결을 보면 ‘신의칙 인정 또는 부정’이라고 판시한 경우가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

    정희선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변호사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신의칙 위반 적용 여부는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했는지 등에 관련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대법원이 제시한 경영상 위기는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신의칙 위반 적용여부에 대해서도 개별 사건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신의칙 위반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 노동계의 소급청구 소송이 계속 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며 “법원이 과연 기업 경영 및 재무 구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지, 또한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 여부에도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