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보좌관 회의서 '여성징병제' 청원에 "재미있다"… 전술핵 관련 발언은 없어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했지만, 엄중한 안보 위기의 돌파구가 될 '전술핵 배치' 관련 발언은 없었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생길 안보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양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 청원에도 문 대통령은 "재미있는 이슈 같다"며 참석자들과 함께 웃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1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에 몇 명 이상의 추천이 있으면 답할 것인지 기준을 빨리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 접수에 '소년법 폐지' 추천자가 26만 명"이라며 "소년법 폐지 같은 경우는 입법사항인데, 그런 경우에는 입법을 주관하는 부처로 하여금 검토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어 "소년법 폐지 부분은 교육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사실 바라는 것은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방안 마련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소년법 개정 말고도 학교폭력 대책들도 함께 폭넓게 논의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윤영찬 국민 소통수석은 "(국민 청원) 페이지 운영을 한 달 정도 해보고 기준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며 "9월 15정도에 답변 기준을 세우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만들었다. 국민과 소통하는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당시 청와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당국자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 등 잇단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여성징병제 등 안보·양성평등에 예민한 주제도 있었다. 여성징병제 관련 청원인은 "지금 현 상황은 주적 북한과 대적하고 있고, 한반도는 중·일·러 강대국에 둘러쌓여있어 불가피하게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병으로 의무복무하고 국가에서 남녀차별없이 동일하게 혜택과 보상을 주는 방안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안보위기가 엄중한 현실에서 인구절벽으로 인한 안보공백을 메꾸기 위해 여성 징병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글은 양성평등 측면에서도 공감을 받아, 11일 오후 기준으로 12만 명 이상이 찬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도 있었다"며 "재미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엄중한 안보위기에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에 웃음으로 답한 셈이다.

    다만 "요즘은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의 수석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이다 만만치 않다"며 "보통 전통적으로 여성들에 맞지 않다고 인식이 높았던 해군도 (해사 출신 여성이) 함장까지 됐다"고 강조했다. 여성징병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우리 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대형 건설사의 불공정 거래 사례도 언급했다. 작은 개별 사건까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당면한 안보 현안인 전술핵 관련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인접국이 비대칭 전력인 핵을 보유하면 이웃 국가 역시 핵을 보유, 핵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자국을 보호하는 일반적인 해법이다. 구 소련과 미국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 등도 핵 균형으로 자국의 평화를 지켜냈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만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법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한편 문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잔여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한 것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 것이 마지막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체계의 최종배치 여부는 여러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