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중단 요구 측 "국립대, 정부출연기관 관계자 패널은 불가"
  • ▲ 이희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오른쪽), 이윤석 부대변인(왼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희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오른쪽), 이윤석 부대변인(왼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이 "건설재개, 건설중단 양측이 시민참여단에게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자료집 목차에 합의했다"며 "다음 주 중에 우편으로 개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원전 공론화 자료집 배포는 당초 일정보다 9일 정도 지연됐다.

    원전 공론화 자료집의 목차는 정해졌지만, 찬반 양측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원전 공론화위는 지난 12일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 양측의 동의를 얻어 공론화 자료집 목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 지난 15일 대표자 회의를 열고 "자료집 목차가 '건설 중단' 측에 불리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양측 간의 갈등 끝에 지난 21일,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에너지 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와 측과 원전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한국원자력학회, 모아베이 관계자 등은 원전 공론화위 회의실에서 '제5차 소통협의회'를 갖고 '자료집 작성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원전 공론화 자료집 목차로 △서론 △현황 및 전망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중단) 이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영향 △원전수출과 경제 △기타 △결론 등 7가지 주제를 다루는 데 합의했다.

    이날 합의가 있기 까지에도 진통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원전 공론화위가 제시한 가이드 라인과 탈원전 단체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이 제출한 목차만 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뉴데일리'가 22일 입수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안)'에 따르면 원전 공론화위가 제시한 목차는 △서론 △향후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신고리 5·6호기를 재개(중단)해야 하는 이유(안전성 등)는? △국가 경제 및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미치는 영향은? △신고리 5·6호기 관련 기타 쟁점(환경, 윤리, 법적절차 등) △종합의견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이 지난 10일 제출한 자료집 목차는 △신고리 5·6호기 중단-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변화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 △신고리 5·6호기를 멈춰야 하는 이유 △신고리 5·6호기 중단으로 에너지전환 종잣돈 마련 △전력공급 안정적인 지금, 비싼 원전에서 탈출할 적기 △원전 수출, 실적 제로와 불확실한 미래 △국민 경제를 위한 선택이었다.

    원전 공론화위와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지난 16일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시민참여단(478명)은 양측 입장이 담긴 자료집을 받지 못했다. 원전 공론화위가 원전 찬성과 반대 측이 제출한 자료집을 통합·편집하려면 같은 목차에 따라 자료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행동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졌다고 한다.

    이렇게 원전 공론화위 자료집의 '목차'는 정해졌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적지 않아 보인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자료집 내용도 양측의 조율이 이뤄져 최종본을 제출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 건설 찬반 양측의 의견 대립은 여전하다.

    원전 건설 재개 측은 수정된 서론 부분을, 원전 건설 중단 측은 수정된 결론 부분을 상호 교환해 검토한 뒤 오는 24일까지 공론화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상대측 자료를 검토한 의견은 A4용지 3장 분량으로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양측이 서로의 검토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각주 형식로 구체적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공론화위 관계자는 "원전 찬반 단체가 지난달 자료집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각자 만든 자료집을 서로 교환한 뒤 검토했다"면서 "그런데 한 단체가 상대방 주장을 파악한 뒤 자료집 내용을 수정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료집 내용에 합의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미리 파악해 반론부터 준비하는 것은 상대방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양측 간에 갈등이 생길 일은 더 남아있다. 지금 양측은 원전 문제를 논의할 지방 토론회 패널 선정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22일 "원전 건설 중단 측은 국립대 교수나 정부출연 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의 토론회 패널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대 교수나 정부 연구소 소속 원전 전문가가 공론화위 토론회에 참석하면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단체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반면 원전 건설 찬성 측은 해당 패널들의 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대립 속에서도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은 "토론회에 참석하는 패널들 명단은 이미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양측이 앞으로 사흘 안에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는 25일 울산대 학생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원전 공론화위의 '울산 순회 토론회'가 열릴 수 있을 지 여부도 '자료집 목차'처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