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오찬에서 거론됐던건 '사실'… 文대통령, 해명한 듯
  • 22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오찬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22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오찬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상당 대북 지원에 "상당히 화를 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오후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니혼(日本)TV는 이날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오찬에서 미일 양국 정상이 문재인정권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과 관련해 "지금이 그럴 때냐"며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수행한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당히 화를 냈다"며 "이로써 (800만 달러) 지원은 당분간 실행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화를 낸다'는 일은 없다"며 "정상회담의 품격이 있는데 '화를 냈다' 이런 표현이 어떻게 정상회담에서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부인했다.

    다만 한미일 정상오찬에서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가 거론된 것은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아베 총리가 문제제기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해명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 (800만 달러 지원) 문제로 처음 이야기를 꺼낸 분은 아베 총리로 알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800만 달러 지원은) 국제식량기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시기는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간단히 짧게 반응을 보였다"며 "그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바가 없으며 간단하게 언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한미일 정상오찬에서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가 거론됐던 것은 사실인 셈이다.

    일본 최대의 뉴스통신사인 교도(共同)통신은 '화를 냈다'는 등의 표현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북 지원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중하게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일 정상이 대북 지원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의) 압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극적인 언사를 제외한 채 보도한 외신도 있는데, 자칫하면 우리 국민만 정상간 대화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됐던 것을 까맣게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측의 해명대로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바 없었다면, 진작 간단하게나마 브리핑을 했더라면 이처럼 외신을 통해 파문이 확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가 한미일 정상오찬에서 거론됐던 점이 뒤늦게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이를 인용 보도한 국내 언론에 탓을 돌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 간의 만남에서 대화 내용은 공식브리핑 외에는 언급하지 않는 게 외교관례"라며 "이같은 행태는 한일 간의 우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외신을 인용 보도한 국내 매체를 향해서도 "오보는 받아써도 오보"라며 "외국 언론 보도를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쓴 국내 언론에도 마찬가지로 유감을 표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