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들 “北부유층, 철도·탄광·광산까지 빌려 돈벌이”
  • 최근 북한에서는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이 노동당 고위층에게 뇌물을 주고 국가기간산업시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북한의 탄광 모습. ⓒKBS 남북의 창 과거보도 화면캡쳐.
    ▲ 최근 북한에서는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이 노동당 고위층에게 뇌물을 주고 국가기간산업시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북한의 탄광 모습. ⓒKBS 남북의 창 과거보도 화면캡쳐.


    최근 북한에서는 돈만 주면 철도, 전력, 금광과 같은 국가 인프라까지 빌려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치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한 뒤 일어났던 일과 비슷해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돈벌이에 눈이 먼 北고위층들이 뇌물을 받고 국가기간산업까지 개인들에게 빌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에 따르면, 일명 ‘돈주’라 불리는 북한 신흥 부유층이 노동당 고위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철도, 탄광, 광산까지 빌려서 개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돈주에게 고용돼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양강도 혜산시까지 석탄 실어 나르는 일을 하다가 며칠 전에 집에 돌아왔다”면서 “이 돈주는 청진 철도국에 하루에 500위안(한화 약 8만 4,700원)을 내고 열차를 빌려 석탄을 운반했다”고 폭로했다.

    이 소식통은 자신을 고용한 ‘돈주’가 양강도 혜산시에서 돈 많기로 소문난 ‘주길녀’라는 여성의 사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차 기관차는 3명의 ‘돈주’가 하루에 각각 1,000위안(한화 약 17만 원)씩 부담해 사흘 동안 빌렸는데, 이때 北철도성이 예비전력을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품질이 좋은 갈탄의 현지가격은 1톤 당 120위안(한화 약 2만 500원)인데, 1톤 당 80위안(한화 약 1만 3,700원) 씩 도매가격을 주고 120톤을 사들여 옮겼다”면서 “열차 화물차량 2량과 기관차 3일 대여료가 4,000위안(한화 약 68만 4,000원), 갈탄을 열차에 싣는 굴삭기 임대료 160위안(한화 약 2만 7,300원), 경비인력 2명을 사흘 고용하는데 300위안(한화 약 5만 1,300원) 등 총 1만 4,100위안(한화 241만 원)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에서는 갈탄 1톤 당 220위안 가량에 거래되는데, 해당 돈주는 사흘 동안 1만 4,100위안을 써서 철도성 관계자에게 준 뇌물을 제외하고도 8,000위안(한화 약 136만 7,600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이 정도 이익은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북한에서는 4인 가구가 2년 동안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함경북도 경흥군, 경성군을 비롯해 도내 주요 탄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데다 근로자 월급도 주지 못해 생산이 중단됐다”면서 “ 때문에 당국 대신 ‘돈주’들이 채굴권을 사들여 주민들을 고용해 석탄을 캐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청진시 금바위동에 있는 금광 또한 전기 및 설비 부족, 근로자 월급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채굴이 중단됐는데, 최근 ‘돈주’들이 채굴권을 얻어 금을 캐내고 있다”면서 “이들 ‘돈주’들이 캐낸 금은 외화벌이 기업들이 사들여 중국에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이제 북한에서는 돈만 있으면, 군대를 제외한 어떤 국가시설이나 공장, 기업소도 다 개인이 운영권을 사들여 가동할 수 있다”면서 “현재 북한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공장과 외화벌이 기관들도 막후에는 권력과 유착된 ‘돈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의 주장은 마치 소련 붕괴 이후 중앙 정부가 각지의 시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결국 각종 시설을 민영화하면서 신흥 재벌이 등장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신흥 재벌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이 정권을 잡으면서 舊KGB 출신들로 이뤄진 ‘올리가르히’로 바뀌기는 했지만 수익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북한에서 이를 방불케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김정은 정권의 지방 장악력이 크게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돈주’들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