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들 “北노동당 고위간부조차 ‘전쟁나면 우리가 진다’ 생각”
  • 지난 9월 6차 핵실험 뒤 이를 자축하는 北평양의 군중대회. 모두 동원된 사람들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6차 핵실험 뒤 이를 자축하는 北평양의 군중대회. 모두 동원된 사람들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북한과의 대화협력 기회를 계속 찾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사상 강연회를 계속 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짜증’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6일 “북한이 최근 정세긴장을 빌미로 주민들에게 ‘대적관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생업에 지장을 주는 정세 강연에 반발하며 노동당 중앙의 ‘강연 놀음’을 비난하고 있다”는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중앙에서 주민들에게 대적관념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남조선에 대한 대적 관념’을 강조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정세 강연회’ 때문에 생업에 불편을 겪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추워지는 날씨에 땔감도 마련하고 장마당 장사를 해서 식량도 확보해야 하는데 당국에서는 맨날 정세 강연에 참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월동준비가 시급한 현실에서 노동당 중앙의 대적관념 타령이나 정세 긴장 타령에 귀 기울일 주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비웃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정세 강연회가 동사무소 별로 지정한 날짜에 맞처 매주 열리고 있다”며 “노동당, 군대, 기관, 사회단체 별로 또 다른 정세 강연회를 진행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대부분 행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형식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정세 강연회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세 강연회에서 하는 말은 수십 년 동안 반복해온 내용”이라며 “연도별로 주제의 문구만 조금씩 다르지 ‘외세에 대한 적개심을 높이고 대적관념을 바로 세우라’는 내용은 항상 똑같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정세 강연회를 통해) 긴장이 고조됐다고 강조하려는 노동당 중앙의 의도가 역으로 주민들의 반감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노동당 간부들 자신도 현재 정세의 긴장이나 대적관념 주장이 너무 진부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고위 간부들부터가 현재 북한 군사력으로는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쟁 발발과 대적관념 확립에 부정적인 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이) 전쟁을 일으킬 생각도 없으면서 주민들에게 적개심을 고취하려고 사상교육을 계속 실시하는 것은 딴 생각을 못하게 하려는 당국의 꼼수”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북한 소식통들의 내부 분위기가 사실이라고 해도, 김정은 정권이 계속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려 노력하는 행동은 남북 간의 대화협력을 꿈꾸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라는 것이 양방향에서 소통이 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만 취하다가는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