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이주영·심재철, 4선 나경원·주호영 물망… 친홍 對 친박 계파전 멈출 '중도 성향' 인물 관심
  •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달 치러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친홍(친홍준표)과 친박(친박근혜)의 세 대결 양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실각한 이후, 당 재건을 위해 서로가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국에 계파대결까지 펼쳐진다면 기껏 돌린 민심마저 떠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계파대결을 피하고자 원내대표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비홍비박(非洪非朴) 인물을 추대하자는 것이다. 

    현재 친박계 홍문종(4선·의정부을) 의원과 친홍계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 간의 대결 흐름을 끊을 강력한 후보군을 추대하자는 움직임이다. 이미 당내에서도 계파색이 적고 영향력이 있는 중진 의원들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 3선 중진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이 또 싸우고 하는 건 좀 그렇다"며 "경선이 아닌 추대형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복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계파 정치를 끝내기 위해 원내대표를 추대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초선 14인은 21일 계파대결 지양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당은 그간에 계파정치와 패거리 정치로 정당정치와 민주정치를 왜곡시키고 급기야 정권까지 빼앗겼다"며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우리들은 계파주의 배격을 천명하고, 원내대표선거에서도 이런 계파정치의 징조가 나타난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못박았다.

    당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중도성향의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5선의 이주영 (5선·경남 마산합포), 심재철 (5선·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4선 중진 인원인 나경원 (4선·서울 동작구을), 주호영(4선·대구 수성구을) 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5선 후보군

    이주영 (5선·경남 마산합포)의원은 현재 원내대표 경선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될 때 마다 거듭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원내대표 경선 후보 명단에 오르는 이유가 뭘까. 이주영 의원이 가진 관록과 포용력 때문이다. 

    지난 연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당이 깨질 때도 친박과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의 계파 간의 극한 세 대결을 끝내야 한다며 중도 성향 의원들과 모여 당의 화합과 결속을 부르짖었다. 

    당시 이주영 의원의 목소리가 묻히고, 당이 두 동강 난 현실을 목격한 의원들은 1년이 지난 지금 당내가 계파 갈등으로 회귀할 조짐이 보이자 추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불호가 뚜렷한 홍 대표의 리더십과 다르게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 인물이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주영 의원이라면'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야당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지금 한국당의 초재선의원들을 진두지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5선의 이주영 의원은 초재선 기간을 좌파 정부 10년에 몸담으며 '초선 저격수라'는 별명은 얻은 바 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현재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심재철 (5선·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의원도 추대 대상에 올랐다. 이주영 의원과 같이 보수우파 진영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의원 생활을 해오며 쌓은 경륜이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 의원은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할 말은 하는' 식의 강인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우다웨이 중국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사이의 일화가 있다. 

    사드배치문제로 중국이 경제 보복을 벌이던 때, 심재철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왔다. 중국이 한국의 자위적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을 때다. 

    심재철 의원은 우다웨이 접견 중 사드 이야기가 나오자 강하게 항의했다. 

    심재철 의원은 우다웨이 대표에게 "자잘한 경제 보복은 대국 체면에 맞지 않는 치졸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중국에 "사드보다 더 고성능인 ‘텐보’레이더를 이미 설치한 만큼, 북핵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심재철 의원의 일화를 보도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4선 후보군

    서울 4선의 나경원 (4선·서울 동작구을) 추대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나경원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을 뿐 아니라, 여성 가뭄 현상이 극심한 정치계에서 능력과 관록을 자랑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한국당의 유일한 4선의 여성 의원이기도 하다. 한국당이 열세한 서울 지역을 지켜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능력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오래전부터 당내 계파 전쟁에 거리를 두고 있을뿐 아니라, 여성 정치인이 가진 섬세한 감성 정치로 당내 화합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모아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여성 원내대표 선출을 한 것과 비교해볼때, 한국당에서는 지금까지 여성 원내대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약점도 상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문제와 관련 뼈아픈 일침을 가하는 등 야당 대표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가 쪼개기 증여 등 상당한 의혹에도 불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국무위원으로서의 적격성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불통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고 비판했다.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주호영(4선·대구 수성구을) 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현재 원내대표 추대 후보군 중 유일하게 야당에서 원내대표를 경험한 바 있어 지도부 투입 이후 빠른 적응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바른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내고 당 대표 권한대행을 역임했던 주호영 의원이원내대표로 추대될 경우 보수 대통합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 한국당의 혁신 열망과 화합 분위기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잠재적 후보이다. 

    홍준표 당 대표와의 호흡도 문제가 없다. TK지역의 4선 중진 의원이지만 친박과는 거리가 멀어, 홍준표 당 대표의 인적 혁신에 궤를 같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