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정규직 전환’ 추진...정규직 반발하자 슬그머니 발 빼
  •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무기계약직 직원 1명이 자살한 사건 이면에 '정규직 전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하철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는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죽음과 차별없는 정규직 전환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 차량검수원으로 일하던 무기계약직 김 모(35)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는 김씨 자살의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7월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모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서울시는 2,400여명에 달하는 시 산하기관 무기계약직을 모두 연내 정규직화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규직들의 거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정규직화 대상 11개 산하·투자기관 중 정규직 전환 이행을 합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규직들은 "공개채용을 통해 난이도가 높은 각종 시험과 면접을 거쳐 입사했다"며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정규직화가 오히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일부 직원들은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을 구성, "절차상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정규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서울시는 △하위직급 신설  △승진 보류  △마이너스 호봉  △군경력 미적용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정규직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시가 내건 수습 방안은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기능을 낳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무늬만 정규직일 뿐, 사실상 비정규직과 무엇이 다르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의 태도에 있다. 서울시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들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서울시는, 정규직원들이 ‘역차별’을 이유로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자, 이들을 달래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남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노사합의 관계에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등 직접 개입은 할 수 없다”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체면을 구기고 있다.

    서울시의 갈지자 행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제 와서 '노사 협의 사항'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취임 후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청소, 연구, 조경, 상수도,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모두 8,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현재 노조와 정규직 전환 협상을 진행중이다.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은 1,455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