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북한군 병사 JSA 귀순 당시 영상 공개…정전위 조사 결과 발표
  • 유엔군 사령부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방부에서 JSA 북한군 귀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정부 E-브리핑 화면캡쳐.
    ▲ 유엔군 사령부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방부에서 JSA 북한군 귀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정부 E-브리핑 화면캡쳐.


    유엔사령부가 지난 13일 오후,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할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확인 결과 JSA대대장은 매우 용감하게 행동했고 병력들을 훌륭하게 지휘했다. 유엔사령부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유엔사령부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방부에서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과 관련한 CCTV와 열화상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고, 정전위원회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사령부 대변인인 채드 캐럴 美육군 대령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사격하는 등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캐럴 대령은 이와 함께 “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은 JSA경비대대 병력들이 영상에서 보듯 급박한 상황에서도 엄격한 판단을 통해 현명하게 대응했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JSA경비대대 및 의무호송대 소속 한미 장병들은 이날 불확실한 상황에서 굉장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캐럴 대령은 또한 “JSA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의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경비대대의 한국군 대대장의 전력적 판단을 지지한다”면서 “유엔군 소속 JSA경비대대 병력의 대응은 정전협정 및 그 정신에 입각해 이루어졌음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캐럴 대령이 이날 공개한 영상은 총 10분 안팎의 짧은 영상이었다. 영상 왼쪽 아래에 표시된 당시 시간을 보면, 북한군 병사가 군용차량을 몰고 북한 측 지역에서 JSA 내의 한국 측 지역까지 도달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 북한군과 한국군은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CCTV와 열화상 카메라에 찍힌 내용은 대략 이랬다.

  • 북한군 경비초소를 빠르게 통과하는 귀순 병사의 차량.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 북한군 경비초소를 빠르게 통과하는 귀순 병사의 차량.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11월 13일 오후 3시 11분경, 판문점 지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쪽에 있는 ‘72시간’ 다리에서 군용차량 한 대가 상향등을 켜고 쏜살같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후 3시 13분, 이 차량은 북한군 경비초소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남쪽으로 내달린다. 차량은 곧 김일성 동상이 서 있는 쪽까지 가서 한국 측 방향으로 급히 우회전을 한다. 그러나 차량은 도로와 숲 사이의 턱을 넘지 못하고 멈춘다. 차량에서 내린 북한군 병사는 즉시 한국 측 지역으로 내달린다.

  • 북측 판문각 경비대 병사들이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 북측 판문각 경비대 병사들이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오후 3시 14분, 북한 측 판문각과 주변 시설에 있던 북한군 경비대 병력들이 무장을 한 채 빠른 속도로 추격을 시작한다. 캐럴 대령은 영상을 보며 “이들은 북한군 신속대응병력”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3시 15분, 북한군 병사 4명이 귀순 병사의 뒤를 쫓으며 권총과 자동소총을 발사한다. 이때 권총을 든 북한군 병사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3~4미터 가량 넘으며 사격을 하다 2초도 안 되는 시간에 황급히 북쪽으로 돌아간다. 다른 3명은 귀순 병사를 향해 사격을 가하다 뭔가에 놀란 듯 황급히 건물 뒤로 몸을 숨긴다.

  • 건물 옆 전봇대 같이 보이는 곳이 군사분계선(MDL)이다.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 건물 옆 전봇대 같이 보이는 곳이 군사분계선(MDL)이다.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이처럼 북한군 병사가 차량을 몰고 북측 경비초소를 넘어 한국 측 지역까지 귀순하는데 걸린 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오후 3시 17분, 판문점 북한 측 김일성 동상 앞에 10여 명의 긴급대응병력이 모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캐럴 대령은 “같은 시각, JSA경비대대에서도 병력들이 집결, 대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JSA경비대대 대대장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구출’ 상황은 숲들 때문에 열화상 감시 장비(TOD) 영상으로 공개했다.

    JSA경비대대는 오후 3시 43분 북한군 귀순 병사가 총에 맞은 채 건물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오후 3시 55분, 북한군 귀순 병사가 쓰러져 있는 지점에서 2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중 두 사람이 포복으로 기어가 북한군 귀순 병사를 끌고 나온다. 다른 한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며 엄호를 하고 있다.

  • 열화상 감시장비(TOD)로 본 귀순 병사 구출 당시.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 열화상 감시장비(TOD)로 본 귀순 병사 구출 당시.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캐럴 대령은 “지금 2명의 부사관이 포복으로 북한군 귀순 병사를 대대장이 있는 곳까지 데려오는데 이곳은 북한 쪽 초소에서도 관찰이 가능한 지역이어서 매우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군 쪽에서 조준 사격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캐럴 대령은 끝으로 “유엔군 사령부 특별조사팀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북한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과 이후 사격을 가한 것 등으로 정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유엔군 사령부 관계자는 오늘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조사 결과와 함께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하고, 이 같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 북측 김일성 동상 앞에 집결한 북한군 경비대 신속대응병력들. 자칫 남북 간 교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 북측 김일성 동상 앞에 집결한 북한군 경비대 신속대응병력들. 자칫 남북 간 교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유엔사 공개영상 캡쳐.


    캐럴 대령에 따르면, 유엔군 사령부 특별조사팀은 호주, 뉴질랜드, 한국, 미국 인원들로 구성됐으며, 스웨덴과 스위스의 중립국 감독위원회 인원들이 조사를 관찰했다고 한다.

    캐럴 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본 영상을 공개하는 목적은 이날 발생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에 있다”면서 “오늘 여기서 질의응답은 받지 않겠으나 브리핑 후에 질문을 받은 뒤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엔군사령부의 CCTV 및 열화상 감시 장비 영상 공개에 따라, JSA경비대대의 근무 태도나 대응부실 논란, 북한군 병사의 자발적 귀순 여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