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 [월간 '충호' 제40호] 국제정세 고찰
                 정확한 판단과 선택이 명운을 좌우한다
                  -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

    이 · 춘 · 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1978년 개혁개방을 이룩한 이후 중국은 세계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국부를 증진한 나라가 되었다. 인구가 13억 5000만에 이르는 대국이 년 평균 약 10% 성장을 30년 이상 지속한 결과, 국제정치에 힘의 구조 변동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경제력은 2010년 일본을 앞선 후 세계 2위로 부상했다. 경제력의 부상은 항상 군사력의 부상을 동반하기 마련이며 세계 제 2위에 도달한 국가는 세계 1위의 지위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급부상을 관찰한 많은 학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19세기와 20세기 초반 독일의 부상과 비교한다. 독일의 부상은 제 1차 및 2차 세계 대전이란 처절한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고 독일은 패권국의 꿈을 이룩하지 못했다.  

혹시 중국의 부상도 독일의 경우처럼 처절한 세계대전을 야기하고 말 것인가? 라는 주제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이야기되기 시작한 주제다. 중국의 정치가들이 한때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겠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펼치다가 이내 평화적으로 부상하겠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 필요한 역할은 하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그리고 최근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의 ‘돌돌핍인(咄咄逼人)’이라는 말조차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의 힘이 증강된 결과 대외정책도 변하게 된 자연스런 결과다. 힘이 강해진 국가가 약하던 시절의 외교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나약함에 대한 반발로 보다 더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욱 정상적인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부상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은 기왕의 패권국인 미국을 자극하지 않은 채 이루어 질수 없는 일이며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한다. 문제는 패권으로부터 야기되는 엄청난 이득(利得)과 유리(有利)를 미국이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 것이냐의 여부다. 

  • 미국이 전쟁에 패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게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평화적으로 물려줄 가능성은 없다. 역사상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패권을 평화적으로 도전자에게 물려준 나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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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마치 소련과 미국이 벌였던 것과 같은 심각한 경쟁이 야기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 한 사실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서태평양 해역에서 충돌 직전의 군사작전을 상호 전개하고 있으며 이 같은 갈등은 중국의 부상이 진행되는 한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중갈등은 우리나라에게 전략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으로부터는 안보를 보장 받고, 중국을 최대의 교역국가로 삼고 있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평화적으로 지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솔직히 우리는 미중 관계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갈 힘이 전혀 없다. 

    2. 미중 갈등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경우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 균형자가 되거나 혹은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자 정책은 이미 정부의 정책으로 시도된 적도 있었다. 두 가지 전략은 모두 우리나라에게 부적당한 정책들이다. 이 정책이 부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그 같은 정책을 택할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균형자(Balancer) 역할 

    균형자(Balancer) 라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조건은 그 나라가 누구와도 동맹을 맺은 나라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다. 즉 한국은 미국이 누구와 싸우면 미국을 지원해주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나라라는 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3조는 한국과 미국은 ‘태평양 지역’ (Pacific Area)에서 야기되는 위협에 공통으로 대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중국과 미국이 다툴 경우 우리는 법적으로 미국 편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진실로 균형자가 되기 원한다면 우리는 먼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균형자가 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그만한 힘이 없다는 점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대륙의 강대국들이 갈등을 벌일 경우 그 힘의 균형추를 바꾸기에 충분한 국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붙느냐에 따라 미중관계의 균형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 균형자 전략이다. 균형자란 현재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전략이다.

    균형외교 혹은 양다리 걸치기

    균형자 역할은 주동적인 측면이 있는데 보다 수동적인 정책으로  두 나라에 대해 균형이교를 한다는 방법이 있다. 균형외교란 보다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양다리 걸치기 작전이다. 양다리 걸치기 작전은 그 용어가 의미하는 바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눈치를 보는 외교, 비겁한 외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방법조차도 약소국들이 아니라 강대국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힘이 센 나라가 약한 두 나라를 상대할 때 균형외교 혹은 양다리 외교라는 정책을 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받게 될 경우 약소국은 설자리조차 잃게 된다. 

    매달려가기(Bandwagon) 정책 
      
    그래서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국들이 보다 흔히 택하는 정책은 ‘매달려가기 정책’ 이다. 밴드웨곤(Bandwagon) 이라고 영어로 표현되는 이 정책은 차라리 무서운 나라의 등에 업혀가는 게 더 안전하다는 논리에서 나온다. 비록 자존심은 구기고 독립성은 일부 훼손된다 하더라도 강대국의 등에 업힘으로서 국가의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문제가 있다. 서로 다투는 다수의 강대국 중에서 어느 나라의 등에 업혀야 할 것이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두 개의 강대국 만 있을 경우에도 누구 등에 업힐 것이냐의 문제는 그다지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국력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급속하게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에 올라탈 나라는 장기적인 승자가 될 나라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지금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의 힘을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가 택해야 할 나라는 앞으로 세계 1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나라인데, 즉 미중갈등의 궁극적인 승자인데 그게 중국일까 미국일까?  
  • 3. 미중 패권경쟁의 궁극적 승자는?

    약 5년 전 필자는 상당한 지식인들의 모임에서 강연을 시작하기 직전 청중들을 향해 2040년이 되었을 때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어느 나라일 것 같은가? 라는 질문을 했다. 다수(약 70∼80%) 가 중국이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금년 봄 해군대학에서 내 강의를 수강하는 장교(전원 대한민국 해군 혹은 해병 소령)님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놀라운 응답을 얻었다.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1등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점점 더 득세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자도 “당연히” 미국이 앞으로 오랜 기간, 어쩌면 21세기가 끝날 때 까지도 패권국, 적어도 1위의 국가로 남아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해야 할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 필자가 미국이 오랫동안 1위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 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다수가 미국과 중국이 평화적으로 경쟁 할 것을 가정하고 성장속도가 빠른 중국이 언젠가는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보는데 그렇게 보는 것은 국제정치의 기본을 오해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지위를 도전 국가에 ‘평화적으로 양보’ 할 나라가 ‘절대로’ 아니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적어도 5번 도전자들에 대항해서 싸웠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도전을 두 번 물리쳤고(물론 영국을 대신해서, 영국과 함께 패권 전쟁을 치렀었고 승리의 과실을 미국이 차지했다) 20세기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냉전기간 동안 집요하게 소련의 도전을 물리쳤다. 20세기 후반 일본의 도전이 부각되자 미국은 일본을 아예 경제적으로 눌러 버렸다. 유럽 역시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에 실패했다.

    20세기 종반부터 21세기 초반인 현재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은 지금 싸워야 중국의 도전을 쉽게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싸우면 총과 칼로 싸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중국의 발전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 중국의 예봉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지금 중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들이다.  
      
    2017년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황제와 같은 환영을 받았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중국의 환대를 “믿을 수 없을 정도”(Incredible) 이라고 말했겠는가? 오바마는 중국 방문 시 거의 푸대접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 미국이 월가 붕괴이후 경제파탄의 질곡에서 헤매던 시점이기도 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진정 중국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믿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2017년 현재 미국의 경제는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의 치세 1년 동안 미국의 주가는 최고점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으며 17년 만에 최저 실업률, 최고의 소비자 안락지수를 나타내 보였다.
     
  • 21세기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경제 혁명을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데 수개월 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회사 6개를 표지 그림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6개 회사는 아마존(Amazon), 우버(Uber),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테슬라(Tesla), 페이스 북(Facebook), 그리고 구글(Google)이었다. 6개 모두 미국의 회사였다. 더불어 지금 미국은 에너지 혁명을 진행 중에 있다. 지하 3,000m 속의 세일 석유를 싼값에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한 미국은 석유와 가스 생산 세계 1위의 국가가 되었다. 미국의 석유 매장량은 미국이 향후 200년 쓸 수 있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