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복 /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언론 보도들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이 최근 전군 주요 지휘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국군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그 동안 과거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제기한 '한국군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가지고 줄곧 줄다리기 외교를 벌여 온 끝에 최근에는 이 문제를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형태로 봉합(縫合)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환’의 시기를 못 박을 것이 아니라 우선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전환’의 시기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의 “조건 충족을 서두르라”고 채근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이 같이 '전작권 전환 조기 실현'을 채근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과거 광복군은 물론 주월한국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도 우리에게 있었다”면서 ‘전시 작전지휘권’의 '조기 환수'를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전시 작전지휘권’에 관한 논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 문 대통령 자신이 더 알아야 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전시 작전지휘권’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6·25전쟁 초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유엔군에 위임했던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가운데
    ‘평시(平時) 작전통제권’은 이미 1970년대에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았다.
    남아 있는 것은 소위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이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한·미 양국군 가운데 어느 쪽에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이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 직책을 맡고 있는 미군 장성(대장)에게 맡겨져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발생하여 5단계로 구성된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방어준비상황)이 3단계(데프콘 III)로 상향조정되면 그 시각부터 한반도 내의 모든 한·미 양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장악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노무현(盧武鉉) 정권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서 서둘러서 실현시키려고
    하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은 1차적으로 전쟁이 발발할 때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한국군 사령관이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 하면,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군뿐 아니라 주한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회수하게 되면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는 필연적으로 해체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두 가지의 기본적 문제가 생겨난다.
    하나는 주한미군은 물론 앞으로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미군 전쟁 자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누가 행사할 것이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군과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이원화(二元化)될 수 없는 것이니까 이들에 대한 ‘통합적 작전통제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 동안 이 두 가지 기본적 문제 가운데 ‘통합적 작전통제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에 관한 한·미 양국 군 간의 협의는 ‘미래사령부’(?)라는 이름의 ‘모래성 쌓기’로 제자리 맴돌기를 계속해 왔다. 이 문제의 해결이 간단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전쟁 발발 시 이미 한국에 반입되어 있는 주한미군은 물론 앞으로 추가로 투입되는 미군 병력과 장비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본래 전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 계획은 ‘작전계획 5027’에 담겨 있었다.
    ‘작계 5027’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하는 경우 초기 3개월간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지연작전을 전개하면서 북한군의 전투력을 고갈(枯渴)시키는데 주력하고 그 동안에 미국 본토로부터 69만명의 병력과 전쟁 자산을 한반도로 축차·단계적으로 추가 투입하여 북한군을 패퇴시킬 뿐 아니라 북한 지역을 점령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5척 이상의 항공모함 전단, 160여 척의 해군 함정 및 1600여 기의 각종 항공기들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신형 첨단 무기체계의 동원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 동안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작계 5027’은 내용 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미국의 지속적인 국방 예산 삭감과 이에 의한 지상군 병력의 감축으로 인하여 당초 계획했던 지상군 69만 명의 추가 투입은 현실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따라 ‘작계 5027’은 ‘작계 5015’에 의하여 대체되었다.
    새로운 작전계획은, 미군의 경우, 지상군의 투입 대신 해·공군의 첨단 무기 체계의 투입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한·미 양국군의 합동군사훈련 양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의 합동군사훈련의 양상은 미군이 핵추진 항공모함과 이지스 함정 및 핵추진 잠수함, 그리고 B-1B, B-2, F-22, F-35를 포함하는 첨단 전쟁 자산의 투입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첨단 전쟁 자산의 경우, 한국군에게는 이들을 관리, 운용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은 미군이 독보적으로 보유하는 이 같은 첨단 전쟁 자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도처에서 국제적 성격의 군사적 분규가 발생되어 미국이 참가하는 연합군이 구성될 때마다 연합군의 사령관은 붙박이로 미군 장성의 몫이 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만에 권토중래(捲土重來)에 성공한 좌파 정권인 문재인 정권이 이 두 가지 기본 문제에 대한 해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두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당시)은 ‘주권’과 관련시켜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반미 감정’을 촉발시키는 데 이 문제를 이용하려 했었다.
    그러나, 분명해 진 것은 이 문제는 ‘주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미군이 주도하는 군사조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각기 ‘거부권’을 보유한
    50대 50의 동등한 주권을 보유하는 ‘합작회사’ 체제다. 사령관을 미군 장성이 맡는 것은 일조유사시(一朝有事時) 필수적인 미군의 첨단 전쟁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타협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현명한 국민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도대체 무은 이유로 이처럼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고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기 실현을 거론하고 나온 것인지 그 의도를 주의 깊게 천착(穿鑿)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만약 미군더러 전시에 한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을 수용하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요구라면 그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미군더러 한반도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달리 표현하는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