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도 없던 男배우 '신체 접촉' 강요""촬영장 무단 이탈? 김기덕 감독이 거짓말 한 것"

  • "4년 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뺨을 맞고 수치스러운 촬영을 강요당했다"며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씨가 최초로 언론 앞에 나와 저간의 사정과 심경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14일 오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이안젤라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A씨는 주최 측의 도움을 받아 파티션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A씨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자신은 4년 만에 나타나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고소 한 번을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사건 직후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면서 "당시 여성 단체 관계자도 만나고 변호사와 상담까지 했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고, 화는 나겠지만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와서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하는 게 타당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에 가질 못했다"며 "그저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 방치된 채 보냈다"고 밝혔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사건뉴스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렸습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김기덕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에게,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당시 김기덕 감독은 (관계자를 통해)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고,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대본까지 고쳐주겠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 하지만 "김기덕 필름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과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이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 김기덕 필름 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 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으며 3회 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자신이 오지 않자, 피디가 저의 집 근처까지 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A씨는 밝혔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님입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텝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 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 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A씨는 "사건이 공론화 된 후 많은 악플에 시달리던 중 유달리 자신을 괴롭히고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다는 네티즌이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더니,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 배우였다"고 폭로했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써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앞서 A씨는 "4년 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고, 당초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까지 강요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8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를 입은 당시엔 영화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공론화하지 못했으나 올해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 측에 관련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7일 김기덕 감독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 A씨의 뺨을 2대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김 감독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다만 강요나 강체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향후 검찰이 불기소한 강제추행 치상이나 명예훼손 등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다음은 여배우 A씨가 공개한 기자회견문 전문.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입니다.

    2013년 3월, 잠시 후 당시 녹취파일을 들어보시면 상황을 짐작하시겠지만, 사건 직후, 저는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 상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영화계의 변호사분, 지인 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사건뉴스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립니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2017년도로, 사건 발생, 4년 후입니다. 이에,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것이 타당 하냐,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시 저는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엘 가질 못했습니다. 병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질환은, 당장 출혈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치료의 다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몇 년 씩 방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습니다.

    녹취파일이 공개되면 아시겠지만,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거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김기덕 필름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님입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 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3회 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자 피디가 저의 집 근처까지 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을 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거짓말을 했고, 그의 스텝 역시, 아시는 바대로 지난 8월 SNS를 통해,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등의 거짓을 유포했습니다.

    녹취파일 마지막부분, 저는 스텝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 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 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사건이 공론화 된 후, 저는 많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중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며, 호소문을 마치겠습니다. 한 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이 있었습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이 제게 연락을 해 왔고, 저는 그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 배우였습니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써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또한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 왜 굳이 이런 거짓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는지, 저는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분들과 원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적으론 알지도 못하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하며, 이렇게까지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다시 한 번만, 한 번만 더,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 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