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외교라인 통해 항의… 한국당 "순방 중단해야"
  • 14일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장에 쓰러져 있는 한국 사진 기자. 이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이동하려다 중국측 직원에 고압적인 제지당해 쓰러졌다. ⓒ뉴시스 DB
    ▲ 14일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장에 쓰러져 있는 한국 사진 기자. 이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이동하려다 중국측 직원에 고압적인 제지당해 쓰러졌다.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가 중국 측 경호원에게 폭행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14일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일어난 이 사건으로 피해 기자는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중 취재단이 있는 페닌슐라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두 분의 언론인이 조어대에 있는 의무실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기자는 안구 출혈이 있는 상황이고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대통령 주치의께서 진료를 하고, CT와 MRI를 찍기 위해 대통령 전용으로 계약이 된 병원에 후송을 해서 진찰과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외교라인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사건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연설과 타징행사를 마치고 한·중 스타트업 기업의 부스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중국 측 직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호원들만 내보내고 한국의 펜, 사진, 카메라 기자들을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이에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항의했고, 중국 직원들은 한국 사진 기자의 멱살을 잡고 세게 넘어뜨려 대응했다. 중국 측 직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는 사진기자에게도 카메라를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5분 뒤 홀 입구에서 같은 사태가 재발됐다. 한국 기자들은 출입기자임을 확인하는 '비표'를 보여줬지만 중국 직원들은 출입을 시켜주지 않았다. 다시 항의가 잇따랐고 중국 측 직원들이 한국 기자 한 명을 복도로 끌고나가 구타하기 시작했다. 숫자는 15명여 까지 늘어났고, 한 중국 경호원은 넘어져있는 기자의 안면을 구둣발로 차버리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단순한 시비에서 벌어진 다툼이 아닌, 감정이 섞인 집단 린치에 가까웠다고 상황을 전했다. 중국 현지에서 느껴지는 증오에 가까운 혐한 분위기가 빚어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중국 측의 고압적인 자세는 문 대통령 방중 첫날부터 시작돼, 예고된 사건이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문 대통령을 수행하는 기자들의 취재에 중국 측이 지나치게 간섭하며 카메라를 손으로 막아서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사진기자들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국빈 자격으로 중국에 방문했지만, 중국 측에 푸대접을 받는다는 논란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날 시진핑 주석은 난징으로 향했고,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우리 정부와 아무런 접촉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13일 저녁과 14일 아침을 중국 정부의 배려 없이 '혼밥'으로 때웠다.

    한국에서 '중국 측의 무례와 홀대론'을 지적하는 여론이 일어나자,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오히려 "한국 언론은 자살골을 넣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실었다.

    신문은 "한국의 일부 매체들이 '양국이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은 물론 공동기자회견도 하지 않을 예정', '중국이 문 대통령을 이전 대통령보다 격을 낮춰 제대로 된 예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며 "한중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한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보도는 양국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한국이 자국의 이익만 고려하고 중국의 이익을 손상하는 결정을 할 경우 반드시 중국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혐한 분위기'가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을 '남의 나라 일'로 선을 긋고, 노골적으로 묵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 방중에 맞춰 한국 측에서 주최한 자체 행사"라며 "만일 누군가 부상을 당했다면 당연히 관심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유감' 표명 조차 없었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사건 전말을 파악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행사에는 중국의 기업인들만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기자들을 강하게 제지하는 게 중국의 특징인 것 같다"고 했다. 

    후에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정부가 수사의뢰를 요청했고, 내일(15일)부터는 피해 기자가 가해자에 처벌의사를 표현하는 등 폭행 사건과 관련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장 안을 경호했던 사람들은 코트라에서 계약한 보안업체 경비원들"이라며 "구체적으로 두 기자분을 폭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채증한 영상을 중국 정부 측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분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순방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기자 폭행은 결국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기자단은 사실상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대표단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묵과할 수 없는 행위가 발생했다"며 "순방을 중단하고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